"100세 장수시대는 허풍…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할 때"
'존엄한 죽음'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오는 2018년부터 임종을 앞둔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일명 '웰다잉법'이 시행된다.
환자가 자기 뜻을 문서로 남기거나 가족 2명 이상이 평소 환자의 뜻이라고 진술하면 의사의 확인을 거쳐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그러나 부모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유언했더라도 실제 그런 상황이 오면 우리 문화에서 자녀가 부모의 산소호흡기를 떼자는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
'존엄한 죽음'(메디치미디어 펴냄)의 저자 최철주씨는 "부모의 유언을 어기면서까지 연명 의료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죽음의 고통을 연장하고 존엄마저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중앙일간지 편집국장과 논설위원실장 등을 역임한 저자는 아내와 딸을 먼저 떠나보내는 경험을 한 뒤 죽음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됐고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00세 장수시대란 말은 지나친 허풍이고 누구나 오래 살 확률이 높아졌다는 건 건강하게 산다는 것과 다른 문제"라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위해 죽음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에서 죽음 이야기를 식탁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안의 어른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해야 한다. 50∼60대에 이른 부모가 죽음에 대해 자기 생각을 조금씩 풀어놓아야 자식들도 대화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환자의 의지가 강했더라도 실제 치료 중단을 결정해야 할 상황이 오면 자식들이 선뜻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유언의 배반은 효도라는 이데올로기가 빚어낸 슬픔이라고 단언한다.
자신의 체면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연명치료를 계속함으로써 그동안 모자란 효심을 채우는 것 같아 자식 본인의 마음이 편해질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위장되거나 미숙한 효도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책은 또 어쩔 수 없는 임종과정에 접어들었을 때 자연의 섭리를 따를 것인지, 연명치료에 따를 것인지를 미리 결정해 두는 것은 자기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마지막으로 행사하는 것임을 설명한다.
저자는 "삶에서 아무런 노력 없이 공짜로 인간 대접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인생 마지막으로 치닫는 죽음의 길목에서는 더욱 그렇다"라면서 "우리가 존엄한 죽음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24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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