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시바 사면초가…반도체회사 지분매각도 흥행 실패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회계부정과 미국 원자력발전사업의 대규모 손실을 낸 일본 도시바(東芝)의 재건책이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그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분사 방안에 투자가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다. 반도체사업 신설사에 출자를 받는 입찰에 당초 예상했던 10곳의 절반인 5곳 가량만 응한 것 같다고 니혼게이자이가 7일 전했다.
지난 3일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 입찰에는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반도체 부문에서 도시바와 협력 중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 미국의 베인캐피탈 등 투자펀드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SK하이닉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캐논과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장비 협력업체나 칭화유니그룹(紫光集?) 등 당초 거론된 중국 기업은 참여하지 않았다.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도 관심을 보였지만, 참여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입찰에 응한 기업들마저 "(일본 공정거래위 등의) 독점금지법 심사에 시간이 걸려 (3월말 이전까지 끝내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며 최종출자에 참여할지도 예측불허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예상보다 응찰기업이 적은 것은 반도체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고자 도시바가 지분 유치 규모를 19.9% 이하로 제한해서다. 이는 경영권에 관심 있는 투자펀드나 기업이 외면하게 된 배경이 됐다.
이에 따라 이번 투자유치를 포함해 그룹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자기자본 비율을 끌어올리려던 도시바의 계획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해졌다.
이처럼 급박해진 배경에는 미국 원자력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이 있다. 3월말 종료되는 2016회계연도에미국 원자력사업에서 최대 7천억엔(약 7조1천550억원)의 손실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번 자본 확충이 무산되면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게 된다. 작년 9월말 자기자본은 약 3천600억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다른 자본증강책도 함께 검토 중이다. 급기야는 도시바 본사에 대한 투자 유치설까지 돈다. 우선주에 대한 출자안 등을 이미 투자펀드 등에 전한 상태라고 한다.
금융소식통에 따르면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사업을 하는 도시바테크 등 상장기업 7개사 매각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원전사업을 하는 본사에 대한 출자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된 것도 악재다.
이미 의료기기사업 등 돈이 되는 자산을 1년 전 매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는 자기자본을 충분히 끌어올려줄 자산도 극히 적은 상태라 도시바는 사면초가에 내몰려 있다.
도시바 재건책은 빨라야 오는 14일 손실규모가 확정된 뒤에야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가 연도말에 채무초과를 피하기 위해서 남은 시간은 불과 2개월로 숨가쁜 상황이다.
도시바가 보유했던 액정패널(LCD) 기업 재팬디스플레이(JDI) 주식 전체를 작년말 40억엔(약 408억원도 안 되는 가격에 시장에서 팔았던 사실을 6일 공개한 것은 도시바의 다급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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