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첨가 않고도 물리적인 힘으로 물과 기름 섞는다
KAIST 최시영 교수팀 "'디플리션 힘'으로 입자 뭉치는 데 성공"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계면활성제 등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고도 물과 기름을 섞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최시영 교수 연구팀은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 새로운 방식의 '에멀전'(물속에 기름방울이 분산된 구조)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KAIST의 '학부생 연구 참여 프로그램'(URP)을 통해 김수빈 학생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지난 1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기름 입자는 물속에서 서로 응집하면서 순식간에 물과 분리되기 때문에, 물과 섞으려면 계면활성제 등 분산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계면활성제의 인체 유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에멀전이 사용되는 화장품, 의약품, 방향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구팀은 에멀전의 표면을 화학적으로 처리하는 대신 수 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의 작은 고분자 입자를 그보다 더 큰 수십 나노미터∼수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크기의 고체 입자와 섞어 '디플리션 힘'을 일으켰다.
디플리션 힘은 입자들이 공간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다른 큰 입자들을 서로 뭉치게 만드는 힘을 말한다. 즉, 크기가 큰 입자끼리 서로 끌림을 유도하는 것이다.
디플리션 힘은 주로 고체와 고체 입자 끼리만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연구팀은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한 입자를 이용해 기름방울과 큰 입자를 뭉치도록 만들었다.
이런 구조의 에멀전에서는 친수성을 갖는 고체 입자가 기름방울 표면에 잘 흡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입자 표면에서 분리되는 것을 막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1저자인 김규한 연구교수는 "그동안 고체 입자들 사이에서만 작용하던 디플리션 힘을 고체 입자와 액체 방울 사이에서 구현한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화학적인 힘이 아닌 물리적 힘을 이용해 안정적인 에멀젼을 형성하기 때문에 고체 입자와 고분자 종류에 관계 없이 사용 가능하며, 맞춤형 다공성 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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