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단체 부회장에 전무 보낸 도요타…"재계와 거리두나" 뒷말
오너가문 도요다 사장 '경영환경 급변' 이유로 고사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의 대표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대처를 핑계로 일본 재계와 거리를 두려는가."
도요타자동차가 일본 최대 경제단체 게이단렌(經團連) 부회장 자리에 오너 가문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 대신에 하야카와 시게루 전무를 보내기로 하면서 다양한 관측을 낳고 있다.
게이단렌 부회장은 사장, 부회장, 회장 등 기업경영책임자가 맡는 게 관례인데도, 이번에 도요타차는파격적으로 전무가 그 역할을 맡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듯 도요타차는 하야카와를 4월 1일자로 부회장으로 승진시킨다. 그의 게이단렌 부회장 취임 시기가 5월 31일이므로, 이번 승진발령을 통해 격(格)을 둘러싼 논란은 해소됐다. 아울러 하야카와는 도요다 사장의 최측근이므로 도요타차와 게이단렌 관계를 긴밀하게 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전무인 그가 도요타차에서 부사장 4명을 제치고 단숨에 부회장으로 올라서는 등 이번 인사가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뒷공론은 여전하다. 아사히신문은 7일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도요타차가 재계와 미묘한 거리감을 보여준다"는 평이 있다고 전했다.
기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요타차를 콕 집어 공격하자 도요다 사장이 미국 행정부나 의회 등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게이단렌 직책을 포기했다는 시각이 많다. 도요다 사장도 "원래는 내가 맡아야 하지만 경영 환경이 격변하고 있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유사 사례가 있어 뒷말은 가시지 않고 있다. 도요다 사장이 2015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부회장직도 퇴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에도 "도요타차가 국제적인 기업이 되자 일본재계와 거리를 두는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간 도요타는 사장 경험자를 게이단렌 회장이나 부회장으로 보내 게이단렌을 지탱해왔다.
작년말 도요다 사장의 참여를 촉구했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회사를 대표하는 입장의 인물이 부회장단 등에서 활약하는 원칙을 지켜가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도요다 사장이 이번에 게이단렌 부회장을 고사함에 따라 내년 6월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게이단렌 회장에 취임할 가능성은 적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그는 2018년에는 임기 2년의 일본자동차공업회 회장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만큼 게이단렌 회장에 취임해 재계를 이끌려면 빨라야 2022년이 돼야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나돈다.
트럼프 대통령 등장이 일본 재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일본언론은 지적했다.
한국의 전경련이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와해 위기에 직면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게이단렌도 기업 최고경영자를 지내지 않은 인물이 부회장단을 맡으면서 위상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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