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과 사진찍은 난민청년 페이스북 고소…"조작 사진 방조"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셀피'(셀프카메라 사진)를 찍어 화제를 모은 시리아 난민 출신 청년이 독일 법원에 페이스북을 제소했다.
자신이 메르켈 총리와 찍은 사진을 이용해 마치 지난해 베를린과 벨기에 브뤼셀에서 벌어진 테러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조작한 사진이나 게시글이 페이스북에 돌아다니는데도 페이스북이 이를 바로잡으려고 시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7일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독일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 청년 아나스 모다마니(19)는 이날 독일 뷔르츠부르크 법원에 페이스북의 유럽법인인 페이스북 아일랜드를 상대로 자신을 테러나 강력범죄와 연관 짓는 게시글을 내려 달라고 요청하는 소장을 접수했다.
그가 삭제를 요구한 게시물 중에는 지난해 겨울 한 노숙자에게 불을 붙이려 한 불량 청소년 사건과 자신을 연루시킨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외에도 그는 각종 테러나 범죄가 벌어질 때마다 페이스북에서 용의자로 물망에 오른다.
지난 2015년 독일에 정착한 시아 난민인 모다마니가 이처럼 페이스북에서 유명인사가 된 것은 같은 해 9월 자신이 머무는 쉼터를 찾은 메르켈 총리와 셀피 2장을 찍은 데서 비롯됐다.
그가 메르켈 총리와 사진을 찍는 사진은 언론 등에 소개되며 메르켈의 친 난민 정책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사진은 메르켈 총리의 친 난민 정책에 반감을 품는 세력에 의해 수없이 도용, 조작되며 현 정권을 비판하는 도구로 이용됐다,
허위 뉴스에 메르켈 총리와 모다마니가 함께 찍은 사진을 합성해 유통하는 식이다.
메르켈 총리와 같이 사진을 찍어 유명해진 청년이 결국에는 테러리스트가 됐다는 허위 사실도 이렇게 확산됐다.
모다마니는 언론에 "메르켈 총리와 사진 한 장 찍었을 뿐인데 많은 사람이 날 미워한다"며 "내 삶의 평화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모다마니 측 변호인은 "이번 소송의 목적은 이런 일을 멈추는 것"이라며 "페이스북은 콘텐츠 제공자이자 언론 매체로, 내부 가이드라인과 알고리즘에 따라 어떻게 콘텐츠를 보여줄지를 결정한다"며 페이스북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전에도 페이스북이 인종 혐오를 방조한다며 고발한 적이 있는 이 변호인은 "페이스북은 독일 법에 따라 불법 게시물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페이스북 대변인은 "우리의 플랫폼을 이용해 사람들이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과 관련해 독일법에 명시된 의무를 다하고 있다"며 "모다마니 씩 변호인이 지목한 콘텐츠는 접근을 금지했으며 법적 소송이 이 상황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식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에선 허위 뉴스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규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폴커 카우더 기민-기사연합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일주일 안에 허위 뉴스를 없애지 않으면 5만유로(한화 약 6천112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은 페이스북을 포함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업체에 대해 독일법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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