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쓰나미에 구제역 태풍 오나"…가축전염병 확산 농촌 '시름'
곤두박질 한우 값 추가 폭락 우려…전북 한우 홍콩수출 '빨간불'
가축시장 폐쇄, 출하·입식 막혀…농민들 "확산할까봐 노심초사"
(보은ㆍ정읍=연합뉴스) 박병기 홍인철 기자 = "조류 인플루엔자(AI) 쓰나미가 휩쓸더니 이번에는 구제역인가"
연이어 터지는 가축 전염병 때문에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가금류 3천만마리를 땅에 묻은 AI 방역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구제역이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충북 보은군 마로면의 한 젖소농장에서 지난 5일 구제역이 발생, 195마리의 젖소가 살처분됐다. 이 농장 젖소 10여마리가 침을 흘리거나 젖꼭지에 수포가 생기고 착유량이 줄어드는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들어온 뒤 불과 몇시간 만에 구제역으로 확진됐다. 지난해 3월 29일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후 10개월여 만에 터진 구제역이다.
충북에서는 지난해 11월 16일 음성의 한 육용 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뒤 청주·진천·충주·괴산·옥천 등 6개 시·군 85개 농장으로 걷잡을 수 없게 퍼졌다. 살처분된 가금류만 392만 마리에 이른다.
AI 방역을 위해 28곳에 거점소독소가 설치됐고, 발생농장 주변 가금류 이동도 제한됐다. 농민들은 AI와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느라 설조차 쇠지 못했다.
다행히 충북의 AI는 한 달 넘게 추가 발생 없이 뜸한 상태다. 긴장을 풀어지나 하는 판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제역이 엄습한 것이다.
보은군 보은읍에서 한우 160마리를 사육하는 송모(51)씨는 "올해는 무사히 넘어가나 하는 순간 인근 농장에서 구제역이 터졌다"며 "구제역이 확산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겁을 먹은 축산농민들은 집 밖 출입조차 꺼리고 있다"고 흉흉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청탁금지법 여파로 쇠고기 소비가 줄면서 한우 값이 폭락하는 상황에 구제역까지 발생해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큰게 아니다"며 "당장 가축시장이 폐쇄돼 출하나 입식도 불가능해졌다"고 걱정했다.
인근에서 젖소 30여마리를 사육하는 또 다른 송모(60)씨도 "구제역 발생 소식에 소들이 걱정돼 축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며 "2개월 전 백신은 접종했지만, 항체가 형성됐는지 확인하지 못해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6일 전북 정읍의 한우 농가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구제역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우 48마리를 사육하는 이 농장에서는 6마리의 소가 침을 흘리는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는 아직 검사가 진행되는 중이지만, 3㎞ 방역대를 설정해 이동통제 등 차단방역에 나섰다.
전북에서도 11월 김제 오리농장을 시작으로 정읍·부안·고창 4개 시·군 31개 농장으로 AI가 퍼져 262만3천여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AI 의심신고는 이날 김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13일만에 추가로 들어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종환 전북도 축산과장은 "한풀 꺾였던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에 구제역까지 겹쳐 정신이 없다"며 "구제역으로 확진될 경우 최근 재개된 한우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전북도는 지난해 구제역 발생으로 중단됐던 한우고기 홍콩수출을 지난달 19일 재개했다. 정읍의 의심신고가 구제역으로 확진될 경우 1년을 기다려 가까스로 회복한 수출 위생조건이 한 달도 버티지 안 돼 또다시 물거품 될 처지에 놓였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AI 방역본부에 구제역 상황실을 추가하는 등 방역 강화에 나섰다.
경남도는 이날 '심각' 단계를 유지 중인 AI 재난안전대책본부와 연계해 구제역 상황실을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전국 최대 축산단지가 있는 충남도 역시 14개 시·군에 설치 운영하던 통제 초소 및 거점 소독시설 41개 시설에 대한 차단방역 강화 조치를 내렸다. 보은이 충남 금산과 30㎞ 거리인데다 11곳의 농가는 보은의 젖소농가로부터 차량이 오가는 등 역학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는 이중 최근 차량 이동이 있었던 5곳에 대해서는 이동제한 조치도 했다. 소·돼지 1만5천농가를 대상으로 구제역 항체 형성률 전수 조사도 한다.
도 관계자는 "5개 농가에 대한 이동제한과 함께 도내 도축장 및 통제 초소를 중심으로 방역과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에서는 지난해 2월 천안과 공주 양돈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모두 4개 시·군 19개 농장으로 번져 돼지 2만2천마리가 살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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