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에 자치단체장 연두 방문·대보름 행사 '차질'
이시종 충북지사 보은 순방 취소…정상혁 보은군수도 무기한 연기
영동군 대보름 행사 취소 검토…옥천 '마티 탑신제' 등 간소화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충북에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잇따라 창궐하면서 자치단체장의 연두순방과 정월 대보름 행사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시종 지사를 비롯한 충북 자치단체장들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역을 휩쓴 AI가 최근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그동안 미뤘던 연두순방을 재개했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직접 비전과 주요 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6일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올겨울 첫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옴에 따라 일부 지역 자치단체장의 연두순방 계획에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오는 7일 보은군을 시작으로 연두순방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AI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을 우선 순방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공교롭게 첫 순방 지역인 보은군에서 구제역이 발생, 6일 오전 순방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연두순방 강행이 자칫 구제역 방제에 방해될 수 있는 만큼, 보은 방문은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다만 오는 10일 예정된 두 번째 방문지 괴산군은 구제역 영향이 크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일단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3일부터 21일까지 읍·면 순방에 나서려고 했던 정상혁 보은군수도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정 군수는 대부분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구제역 확산 방지에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보은군과 인접한 김영만 옥천군수와 박세복 영동군수는 예정대로 이날부터 읍·면 순방에 나섰다.
다만 주민 간담회 자리에 축산농가 관계자의 참석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미리 전달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주민과의 대화에 나선 이승훈 청주시장도 일단 다음 달 9일까지 43개 읍·면·동을 모두 순방한다는 계획이지만, 확정적이지는 않다.
청주시 관계자는 "순방 일정이 아직 변동되지는 않았지만 구제역 추가 발생 여부에 따라 변동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고 내다봤다.
충북에서 AI 피해가 가장 큰 음성군과 진천군은 그 여파로 여전히 군수 순방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다.
오는 11일 예정된 정월 대보름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지역도 늘어났다.
AI 방역이 이어지고 있는 청주·충주시를 비롯해 음성·진천군,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군은 일찌감치 대보름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AI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주민이 모이는 행사를 여는 게 조심스럽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다.
AI 확산세가 진정됐다고 판단하고 오는 11일 영동 이수공원 앞 둔치에서 풍년기원제와 달집태우기 행사를 열려던 영동군과 영동문화원은 또다시 고심에 빠졌다.
영동문화원 관계자는 "내일(7일) 오전에 군 관계자와 회의를 열어 최종 개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주민들이 마을 수문신(守門神) 격인 원추형 돌탑 앞에서 건강과 풍년을 비는 '마티 탑신제'(塔神祭)와 옥천군 청산면 교평리에서 열리는 다리밟기 행사는 최대한 간소화해 열기로 했다.
이밖에 증평군장애인복지관 주관 대보름 행사도 이날 회의를 통해 열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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