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20년 전 폐광지역서 불씨 지폈다
1998년 유치 선언…슬로프 109면 규모 스키장 8개 조성 계획
외환위기로 2개만 현실화…"강원도 유치 의지 점화 역할"
(정선·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세 번 도전 끝에 성공한 2018 평창올림픽은 20년 전 강원 폐광지역에서 본격적인 유치활동 불씨를 지폈다.
강원 남부 폐광지역번영협의회(폐광번영협)는 20년 전 1998년 3월 6일 태백시청에서 월례회를 하고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 나서기로 공식 선언했다.
유치 목표는 2010년 올림픽이었다.
폐광번영협은 태백, 정선, 영월, 삼척 4개 시·군 번영회 연합체였다.
이들 지역 주민은 힘 모아 1995년 말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을 제정했다.
석탄산업 사양화로 침체한 폐광지 재생 법적 근거가 폐특법이다.
폐특법을 바탕으로 탄광지역개발사업계획이 세워졌다.
2010년까지 총사업비 약 2조원을 투자해 폐광지역을 관광·레저단지로 부활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세부사업계획에 동계스포츠 기반시설인 스키장이 8개나 포함됐다.
슬로프 수만 109면에 달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한 곳뿐인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도 허가됐다.
당시 폐광번영협은 강원 남부 관광·레저단지를 세계에 알리고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해 강원도와 공동으로 탄광지역개발사업이 마무리되는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폐광지역이 시작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은 구체화하지 못했다.
탄광지역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몰아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민자 유치를 거의 하지 못했다.
스키장 8개 중 단 2개만 조성됐다.
그러나 강원도 동계올림픽 유치 의지에 불을 댕겼다.
지난해 말 평창군 발간 '12년의 동계올림픽 도전사'는 '강원도가 1999년 2월 25일 동계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동계올림픽 유치를 대내외 공식 표명했다'라고 기록했다.
폐광번영협이 불을 당긴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때다.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소장은 7일 "당시 동계올림픽 유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폐광지역을 세계적 관광·레저단지로 만드는 튼튼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폐광번영협 사무국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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