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시나리오 삐끗한 타이거 우즈, 기대가 의구심으로

입력 2017-02-07 04:05
복귀 시나리오 삐끗한 타이거 우즈, 기대가 의구심으로

컷 탈락-기권에 허리 부상까지…"준비 안 된 복귀"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타이거 우즈의 허리는 정말 괜찮은가? 과연 그는 재기할 수 있나? 출전하겠다는 2개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나?



돌아온 옛 골프황제 우즈의 복귀 시나리오가 꼬였다.

엄청난 기대 속에 투어 대회에 등장했지만 불과 2차례 대회에서 컷 탈락과 기권이 이어지면서 기대감은 의구심으로 돌변했다.

우즈는 지난 3일 유럽프로골프(PGA)투어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2라운드에 앞서 허리 통증을 이유로 기권했다.

1라운드에서 버디 하나 없이 보기만 5개를 적어내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뒤였다.

우즈는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에 출전했다.

2015년 8월 윈덤 챔피언십 이후 17개월 만에 출전한 정규 투어 대회였다.

한 달 전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15개월 만에 실전 라운드를 치른 결과 합격점을 받았기에 기대가 높았다.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에서 컷 탈락했지만 기대는 식지 않았다. 차가운 날씨와 깊고 질긴 러프, 그리고 비에 젖어 느려진 그린 등 여건이 좋지 않았고 실전 감각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는 분석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전망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두바이에서 1라운드에서 졸전을 치른 뒤 우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게 식었다.

당장 수술을 두번 받은 허리 상태에 대한 의혹이 커졌다. 허리에 통증이 생겨 풀스윙을 못 한다는 발표를 듣고서다.

우즈는 1라운드에서 눈에 띄게 허리가 불편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1라운드가 끝난 뒤 공식 회견에서 "아픈 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권을 선언한 뒤 우즈의 에이전트는 "저녁을 먹고 나서 허리에 이상을 느꼈다"면서도 "수술 받은 요추 신경 쪽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17시간이 넘는 이른 장거리 비행 탓에 생긴 일시적인 통증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우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두바이로 이동하기 전부터 장거리 비행을 걱정했다.

그는 "오랫동안 장거리 비행을 하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그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시위 때문에 자가용 비행기 대신 상용 여객기를 탔다. 상용 여객기 탑승은 거의 10년 만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 의학전문대학원 스포츠의학과장 데이비드 매컬리스터 박사는 "우즈의 몸 상태는 마음 같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몸은 준비가 덜 됐는데 마음만 앞선 결과라는 얘기다.

우즈는 2008년 US오픈에서 무릎 연골이 파열된 상태로 연장전까지 치렀다. 승부 근성이 남다른 우즈가 투어 복귀를 서둘렀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골프 칼럼니스트 제이 코핀은 우즈가 몸 상태를 속이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했다.

그는 두바이에서 대회 하루 전날 우즈가 "우승하러 왔다"면서 "몸이 아프지 않으니 스윙에도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쳤던 사실을 적시하며 "그는 우승할 준비도 안 됐고 몸도 건강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코핀은 "우즈는 36홀을 치를 능력도 없다. 그러니 당연히 우승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즈의 허리 부상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즈는 지금까지 9차례 기권했다. 기권 사유 5번은 허리 통증이다.

놀랍게도 프로 전향 이후 처음 기권한 1998년 켐퍼 오픈 때도 기권 사유는 허리 부상이었다.

게다가 2014년 혼다 클래식과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2015년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 올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등 최근 4차례 기권은 모두 허리 통증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즈의 재기가 힘들다는 비관론마저 고개를 들었다.

우즈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1라운드에서 77타를 치자 "노인 같다"던 미국 유명 골프 평론가 브랜덜 챔블리는 방송에서 "우즈가 골프 선수로서의 경력을 이대로 마감할지도 모른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올해 안에 우즈가 은퇴를 발표한다는데 배당률 290-1을 제시했다고 골프다이제스트는 최근 보도했다.

배당률 290-1이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뜻이다.

우즈는 당장 오는 17일부터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오픈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타이거 우즈 재단 쪽에 문의했지만,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

타이거 우즈 재단은 이 대회 운영을 맡았다. 대회 호스트가 우즈다. 이미 출전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어 공언했다.

우즈의 에이전트는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기권 이후 "우즈는 제네시스오픈과 이어지는 혼다 클래식에 출전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언론에 말했다.

하지만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임은 틀림없다.

우즈의 허리 상태와 투어 복귀 일정은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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