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공화당 정권창출 위기의식…후보교체론 '급물살'(종합)

입력 2017-02-06 23:48
佛 공화당 정권창출 위기의식…후보교체론 '급물살'(종합)

'피용 스캔들' 계속 확산…교체시 피용에 고배 마신 쥐페 전 총리 유력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수아 피용(62) 전 총리가 세비 횡령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프랑스의 제1야당인 공화당에서 대선 후보를 알랭 쥐페(71) 전 총리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피용과 쥐페는 지난 4일 통화를 하고 조만간 다시 대화하기로 했다고 피용 캠프 관계자가 밝혔다.

통화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으나, 공화당 내부에서는 후보교체론에 대한 대화가 상당한 수준에서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공화당 경선 결선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쥐페 전 총리는 최근 피용의 스캔들이 불거진 뒤 자신이 대체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당내 일부 목소리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어왔다.

보르도 시장으로 재직 중인 쥐페는 자신이 유력한 대체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설과 관련,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디서 이런 루머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미 내 입장을 얘기했다. 명백하고 결정적으로 말해 답은 '노'(c'est non)"라고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강한 보수우파 성향의 피용과 달리 중도성향으로 평가되는 쥐페 전 총리는 최근 측근들에게 '피용이 후보사퇴를 생각하지 않고 있으므로 후보교체는 없다'는 취지로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경선 결과에 불복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용의 아내인 페넬로프에게서 시작된 세비횡령 스캔들이 두 자녀에게까지 번진 데다 피용의 지지율이 급락, 공화당에서 집권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자 쥐페 전 총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후보교체론은 '급물살'을 타는 기류다.

쥐페는 비록 경선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중량급 정치인이다.

그는 사회당 출신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때는 외무장관을, 우파정부인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때는 총리를 지냈고,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밑에서는 외무와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우파와 중도, 좌파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어 '통합형 리더'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캔들이 터지기 전만 해도 당선 가능성이 '부동의 1위'였던 피용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2차 결선투표에도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어 공화당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피용과 쥐페 양측에 선이 닿는 공화당의 한 중진은 "쥐페는 주변의 합의가 없이는 (후보교체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며 "그는 대선 패배는 감당할 수 있어도 피용과의 충돌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용이 후보교체에 합의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이는 반대로 피용만 양해하면 언제든지 쥐페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공화당 내 한 쥐페 지지자도 "어떤 경선에서도 1위 득표자에게 결격사유가 생기면 2위자가 연단에 오르는데 그 2위자가 바로 쥐페"라며 "(양측의) 타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후보교체론자들 사이에서는 쥐페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측근인 프랑수아 바루앵 의원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거론된다.

바루앵은 지난 공화당 경선에서 사르코지 편에 섰으나 사르코지가 탈락하자 피용 지지를 선언한 인물이다. 사르코지는 이번 대선 경선에 나서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바루앵에게 총리직을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화당의 한 관계자는 "쥐페도 바루앵에게 총리직을 제안하면 당내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권 가도 최대 위기를 맞은 피용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자신의 선거대책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스캔들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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