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싼커시대] 단체 '깃발관광' 옛말…소규모로 몰려온다

입력 2017-02-07 05:01
수정 2017-02-07 07:36
[이제는 싼커시대] 단체 '깃발관광' 옛말…소규모로 몰려온다

20·30대 싼커 가족·친구·연인 단위로 방한…뒷골목 맛집·시티투어 즐겨

"中 저가 단체관광 부작용 개선 가능…체계적 유치전략 시급"



(전국종합=연합뉴스) 조정호 신민재 고성식 기자 =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중국인관광객) 형태가 급변하고 있다.

'깃발 관광'으로 상징되는 단체관광객 비중이 줄고 가족, 친구, 연인 등 삼삼오오 모여 한류의 본고장을 찾는 '싼커'(散客·개별관광객)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총 806만 명.

이 가운데 싼커 비중은 약 70%로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전반적으로 젊어진 데 기인한다.

수년 전만 해도 서울 도심이나 유명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유커 대부분은 중장년층 단체관광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30대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관광객 중 20·30대 비중 합계는 2015년 50.4%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 '사드 갈등'에 따른 중국 당국의 정책 변화도 싼커 증가에 직접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은 올해 들어 한국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 전세기 운항을 불허했다.

지난해 '저가 단체관광 근절'을 이유로 내렸던 한국행 단체관광객 비중 축소 방침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장년층이 주도했던 단체관광의 비중은 줄고 20·30대 중심의 개별관광 비중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박정준 인천관광공사 해외마케팅팀장은 7일 "중국 현지에서 한류를 보고 느낀 젊은 세대들이 직접 한국에 오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업계에서도 이미 싼커가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는 판단 아래 관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싼커들은 관심사부터 쇼핑 장소까지 기존의 단체관광객과는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인다.

서울의 쇼핑 핫 플레이스인 강남 가로숫길과 세로수길을 좋아하고 간장게장 맛집을 찾아간다.

단체관광객은 이용하지 않는 부산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해운대, 서면, 남포동을 둘러보고 야경을 감상한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와 스마트폰 지도, 중한사전을 갖추고 구석구석을 다니며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맛집과 옷가게를 애용한다.

제주도의 한 면세점은 싼커 유치를 위해 중국인 유명 파워블로거를 초청해 감귤 따기 체험도 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더베이101 관계자는 "바다 건너 고층빌딩과 어우러져 화려한 야경을 감할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면서 중국인 개별관광객들도 찾아온다"면서 "아직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음식을 먹고 마린시티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등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관련 업계도 싼커 쪽으로 빠르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올해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싼커는 방한 중국시장의 중요한 고객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한 면세점 시계코너 관계자는 "올해 들어 단체관광객이 줄어 고가의 시계가 많이 팔리지 않는데 싼커가 오는 덕분에 판매량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태순 부산관광공사 마이스본부장은 "중국의 20·30대 젊은이들의 씀씀이가 큰 편"이라며 "이들은 싸구려 쇼핑관광보다 먹고 싶은 것 먹고 고급제품을 사는 세대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정보를 얻어 직접 여행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인 셰청(携程·C-trip)여행사를 비롯한 주요 여행사 사이트에는 싼커들을 겨냥한 한국 숙박업소들이 대거 등록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전규완 씨트립코리아 대리는 "인터넷으로 항공권과 숙박시설을 직접 예매하는 싼커들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게 펜션부터 게스트하우스, 모텔, 비즈니스호텔, 5성급 호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숙박업소 2천 곳이 사이트에 등록돼 있다"면서 "위치와 수준에 따라 1박에 2만원부터 40만원짜리까지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관광객 위주로 운영해온 숙박업소들도 온라인마케팅을 대폭 강화했다.

중국인관광객 비중이 30% 가량인 인천 중구의 하버파크 호텔은 수시로 중국 현지 사이트에 '4박 시 1박 무료', '3박 시 조식제공' 등의 다양한 판매촉진 행사를 하고 있다.

박만선 하버파크호텔 부총지배인은 "싼커들의 영향력이 서울에서 지방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숙박업소 마케팅에서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며 "싼커들은 20·30대가 주류여서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해 자유여행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개별관광객 증가 추세에 맞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승익 제주도관광협회 국장은 "제주는 유람선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지 않아 호텔과 여행사 경영은 악화하고 있다"며 "싼커의 경우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의해 흔들리는 단체관광객보다 자유롭게 관광을 올 수 있고 저가관광의 부작용도 개선할 수 있는 만큼 체계적 유치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홍성화 제주대 교수는 "특정 여행사 대신 싼커를 유치하는 지역 여행사에 합리적 가격의 송객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SNS로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중국 여행사 네트워크와 경쟁하는 제주 여행업계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m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