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G-1년] ⑦ 앞으로 1년…올림픽 열기로 달아오르는 강원도
국정농단·성공개최 우려에도 준비 '착착'·지역 주민들 "더 없는 호재"
(평창·강릉=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불과 1년여 앞둔 지난 3일 오전.
그동안 장소변경, 사업예산 분담 문제, 설계변경 등 논란을 겪으며 착공 시기가 늦어졌던 개·폐회식장 '올림픽플라자'에서는 쌓인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릴 틈도 없이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외관상으로는 벽면 마감재가 일부 씌워졌고, 안으로 들어서자 오각형으로 넓게 펼쳐진 내부는 관람석과 전광판 설치를 위한 구조물이 골격을 갖추고 있어 공사가 상당히 진척됐음을 알 수 있었다.
기존 사각형 형태를 오각형으로 바꾸는 설계변경 때문에 절대 공기 부족에 따른 완공 시기 지연 문제가 우려되기도 했지만, 공정률은 40%로 예정보다 5%가량 빠르다고 조직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개·폐회식장 공사에서 이권을 챙기려 한 것이 드러났지만, 공사는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국정농단의 검은 그림자가 개입된 정황이 드러나고, 성공개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탓인지 현장 관계자들이나 지역주민들은 올림픽에 대한 말을 아끼고 조심스러워했다.
지역주민들은 "더는 안 좋은 소식 없이 잘 치러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거리에는 이날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을 시작으로 3월 19일까지 잇따라 열리는 테스트이벤트를 알리는 작은 분홍색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때마침 송천 일대에서는 대관령 눈꽃축제도 개막해 겨울축제를 즐기러 온 가족, 연인 단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축제장에는 동계올림픽 종목 체험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 있게 나섰지만, 막상 약 20㎏에 달하는 컬링 스톤이 뜻대로 굴러가지 않자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구겨진 자존심을 아이스하키로 만회하려 했지만 '퍽'마저도 마음만큼 들어가지 않았다.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동계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 조형물 앞은 포토존으로 변했다.
한 베트남 관광객에게 수호랑과 반다비를 아느냐고 묻자 "서울에서 본 적이 있다"며 "평창에 꼭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차를 이용해 30분가량을 달리자 빙상경기 개최도시인 강릉이 나왔다.
빙상경기 시설은 여름에 가장 인기가 좋은 여행지 경포대 인근에 클러스터처럼 모여 있다.
올해 3월 준공되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제외한 모든 경기장이 준공된 올림픽파크엔 올림픽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도 막바지 진입로 공사만 남았을 뿐이었다.
마침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빙속 여제' 이상화를 비롯한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메달 획들을 위한 담금질에 한창이었다.
선수들은 마치 실전처럼 전력질주를 하기도 하며 빙질 익히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올림픽파크를 뒤로하고 경포호를 한 바퀴 돌자 동계올림픽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날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 일원에서는 이날 '평창비엔날레 & 강릉신날레 2017'가 개막해 문화올림픽의 서막을 알렸다.
관람객들의 발길은 바로 인근에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체험관까지 이어졌다.
경포 해변으로 향하자 한창 공사 중인 대형 건물이 눈에 띄었다. 부족한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짓는 스카이베이 경포호텔과 세인트존스 경포호텔이다.
'땅값 싼 강원도'는 그동안 부동산 시장의 불모지였으나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들썩이고 있었다.
특히 강릉은 동계올림픽을 앞둔 올해 연말 서울∼강릉 고속철도(KTX)가 개통돼 숙박시설은 물론 아파트 건립 열기가 뜨겁다.
바닷가의 한 건어물 가게 상인 김모(51·여) 씨는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가장 핫 이슈는 '아파트 임대'"라며 "이보다 더 호재가 어디 있겠느냐"고 귀띔했다.
숙박시설 부족을 우려한 여행사가 외국 여행객의 숙박 객실을 확보하고자 아파트를 임차하고 있었고, 주부들은 짧은 기간에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현혹돼 있다는 것이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동계올림픽은 지역주민들에게는 더 없는 호재였다.
게다가 평창은 물론 강릉만 해도 올림픽 경기시설 주변에 경포호수와 해변, 오죽헌, 바다부채길, 커피 거리 등 겨울에도 매력적인 관광지가 많다.
강릉에서는 9일부터 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 선수권 대회를 시작으로 4월까지 테스트이벤트 경기가 잇따라 열린다.
동계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입장권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테스트이벤트 기간에 경기장을 찾아 올림픽을 미리 즐기고, 여행까지 곁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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