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文·'돌풍' 安, 친노적통 대결…협력적 경쟁 이어질까

입력 2017-02-06 11:36
'대세' 文·'돌풍' 安, 친노적통 대결…협력적 경쟁 이어질까

대연정 논란 확전 자제 속 민주 경선 '혼전' 예고

文 '安외연 대선 자산'…安 '경선 승리해도 文역량 절실'

논란 지속 시 갈등 가능성…文, 내일 安텃밭 충남서 당원모임 '세몰이'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대세론'의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안희정 충남지사간의 대결이 민주당 경선 레이스의 주(主) 전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문 전 대표가 경선에서 무난히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안 지사의 상승세가 탄력을 붙고 있어 상황에 따라 예측 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차차기' 이미지가 강한 데다 문 전 대표의 '페이스 메이커'에 그칠 것이라는 관망까지 나왔던 안 지사가 단숨에 여론조사 2위권으로 껑충 뛰어오르면서 민주당 경선은 물론 대선 판도에 변수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특히 안 지사의 지지율 급상승과 맞물려 그가 불 지핀 '대연정'(大聯政) 이슈에 문 전 대표가 휘말리면서 양 측간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 구도상 민주당 후보가 대권에 상당히 근접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관측 속에서 민주당 경선이 혼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당장 문 전 대표로서는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기 하차로 '대세론'이 더욱 탄력을 받고는 있지만 오히려 전략적 환경이 불확실해진 측면도 있다는 분석에서다.

범여권의 유력주자가 사라지면서 '집중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안희정 돌발변수'에 도전을 받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 지사와 '적대적 관계'로 전환하는 것은 본선을 가정할 경우 적절치 않은 점도 있다. 수직상승하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충청과 중도·보수층의 일부 표심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어서, 추후 당내 경선에서 이겨 당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안 지사가 넓힌 '외연'을 고스란히 이어받는 게 전략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노무현 적통'으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적 충돌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고민도 깔렸다.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에 대해 지난 3일 "새누리당 또는 바른정당과의 어떤 대연정에도 찬성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지만, 이후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런 기조 속에서 문 전 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안 지사를 비롯한 민주당 대선주자들을 향해 "우리는 원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안 지사의 선전은 우리로서도 좋은 일"이라며 "문 전 대표는 이 문제에 더는 개입하지 않는 게 맞다"고 했다.

다만 대연정에 대한 입장이 '정체성'과 맞물린 사안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만큼 이 문제가 계속 이슈화할 경우 진보진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문 전 대표로서는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안 지사 역시 대연정을 둘러싼 자신에 대한 공세에 대해서는 반격 모드를 가동하면서도 문 전 대표와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안 지사는 경선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연정은 역사와 촛불에 대한 배신"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자 "소신과 원칙의 정치인 안희정을 폄훼하지 말라"고 맞받아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문 전 대표에게는 "진심을 알아달라"며 해명성 글을 올린 이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등 확전을 자제하려는 기류가 뚜렷하다.

안 지사로서도 정치 철학을 공유하는 문 전 대표를 뛰어넘더라도 당세와 인지도가 부족해 잠재적 여권 후보로 부상하며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누르기 위해서는 문 전 대표의 역량이 절실한 입장이다.

그러나 확전을 자제하려는 두 후보의 바람과는 달리 안 지사에게 추월당한 이 시장이 경선 2위 확보에 사활을 걸며 대연정을 고리로 당분간 '안희정 때리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대연정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갈 길이 바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협력적 경쟁'을 뒤로 하고 각을 세우면서 전투를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는 7일 안 지사의 홈그라운드인 충남을 찾아 당원 모임을 하는 등 안 지사와의 '중원 대결'을 예고했다. 안 지사는 이날 충남에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과 오찬을 하며 대선 행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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