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가톨릭, 두테르테 정면비판…"살인은 마약문제 해법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필리핀 가톨릭교계가 초법적인 용의자 살인을 불사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필리핀가톨릭주교회의는 5일 발표한 주일미사 교서에서 필리핀 내 많은 빈곤 지역이 "공포의 지배"를 당하고 있다며 불법 마약 거래는 종식돼야 하지만 "용의자를 살해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마약 단속 정책을 펴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7천 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에 의해 사살됐다.
이번 교서는 그동안 초법적인 용의자 사살을 반대해왔던 가돌릭 교계의 비판 발언으로는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필리핀에서는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 정부의 무차별적인 마약 용의자 살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마약 단속 경찰이 한국인 사업가 지 모 씨를 끌고 가 살해한 뒤 피해자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한 사실이 발각되고 나서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반대하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마약 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이 나라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마약 단속을 찬성하는 국민이 많으며, 이 때문에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0%에 육박한다.
주교단 교서는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나타나고 있는 높은 사망률을 우려한다며, 피살된 이들뿐 아니라 악화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생활상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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