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격받은' 日아베, 도쿄도지사와의 지자체 선거대리전서 패배

입력 2017-02-06 10:31
'일격받은' 日아베, 도쿄도지사와의 지자체 선거대리전서 패배

'아베 對 고이케'구도 도쿄 지요다구청장 선거서 3배차로 내줘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 '우익' 도쿄도지사, '포스트 아베'로 급부상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65·여) 도쿄도(東京都) 지사 간 대리전으로 치러졌던 도쿄의 지요다(千代田) 구청장 선거에서 아베가 득표율 3배차이로 패배했다.

5일 치러진 지요다 구청장 선거에서 고이케 지사가 지원한 현직 구청장 이시카와 마사미(石川雅己75) 후보가 65.2%의 득표율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회사원 출신 요사노 마코토(與謝野信·41·특표율 19.0%)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철저하게 '아베 대 고이케' 구도로 치러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파장이 예상된다.

지요다는 도쿄의 23개 구 가운데 하나이지만, 이번 선거가 고이케 지사의 돌풍이 거센 것에 대해 자민당의 위기의식이 커지는 상황에서 치러졌고 아베 총리 측이 완패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이를 두고, 일단 고이케 도쿄도지사의 돌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 아베 총리의 인기 가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이케 지사가 자민당을 나와 신당 창당을 계획 중인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자민당 내부에서 아베 총리의 '1강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자민당과는 첨예한 갈등 상황에 있는 고이케 지사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 다음으로 2위권에 올라 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정치인이다. 그의 도쿄올림픽 개최 비용 하향 조정, 자신의 급여 삭감, 쓰키지(築地)시장(도쿄도 중앙도매시장) 이전 보류 등의 개혁 정책이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요다 구청장 선거 과정에서 고이케 지사는 줄곧 이시카와 후보와 유세를 함께 했고, 아베 총리의 자민당 측도 이례적으로 유력 정치인들을 대거 보내 요사노 후보를 지원해 뜨거운 선거전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선거 종반에 고이케 지사가 지원한 이시카와 후보로 대세가 기울자 자민당 측은 힘을 빠지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시카와 후보 측은 "선거 포스터에 누가 비춰지나 보라"며 고이케 도쿄도지사가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걸 강조한 반면 요사노 후보는 "다른 사람을 인쇄하지 않았다. 대리전쟁이 아니다"며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베 총리 측은 지요다 구청장 선거 패배후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투표율은 53.67%로 1981년 이후 가장 높았고 출구조사에서는 "고이케 지사를 지지한다"고 말한 사람이 84%나 됐으며 자민당 지지자의 61.7%는 고이케 지사가 지원한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이케 지사는 앞으로도 자민당에 대한 '불신'을 파고드는 대결 전략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출구 조사에서 도쿄도의회 의원선거에서도 고이케 지사 지원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답변이 60%를 넘었다.

자민당은 7월 도의회 의원 선거에서도 고이케 돌풍이 이어지면 정계 전체에 지각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보고 경계하고 있다.

2009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대패했던 자민당은 이후 중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하며 정권을 민주당(현 민진당)에 넘겨줬어야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의 기동부대인 도쿄도의회 의석수가 줄면 중의원 해산 시기를 둘러싼 아베 수상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올 가을 중의원 해산과 총선으로 개헌몰이에 나선 뒤 이를 통해 헌법 9조의 평화헌법 조항을 바꿔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아베 총리의 구상에 차질을 몰고 올 수 있다.

방위상을 지내기도 한 고이케 지사는 아베 총리와 각을 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개헌을 주장하는 보수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하고 "위안부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발언한 바 있는 우익 정치인이다.

그는 작년 도쿄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전임 지사가 제2 한국학교 부지를 유상대여하기로 한 것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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