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 IPO 후엔 20대 공동 창업자 2명 4조원대 억만장자
제3의 창업자는 '사라지는 대가'로 현금 1천800억원 받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실리콘 밸리에서 억만장자가 되는 길은 정해져 있다. 획기적 아이템이나 생각으로 테크 기업을 창업해 지배적 위상을 확보한 뒤 기업공개를 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페이스북 등 잘 나가는 IT 기업들이 모두 이 과정을 거쳤고, '구글 억만장자', '페이스북 억만장자'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올봄 실리콘 밸리의 최대 화두는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의 모기업 스냅의 내달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다. 누가 '스냅 억만장자'가 될 것인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지난해 말 스냅의 주가는 시장에서 주당 16.33달러로 평가받았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스냅의 공동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인 에번 스피걸과 공동 창업자 겸 CTO(최고기술책임자)인 보비 머피 두 사람은 약 4조2천억 원대의 억만장자로 등극하게 된다. 스피걸은 불과 26살이고, 머피도 28세다.
이들이 보유한 스냅의 주식은 각각 전체 주식의 20%에 해당하는 2억2천300만 주다.
스피걸과 머피는 지난해 가을 '총기 소지' 경호원을 채용하는 등 기업공개를 앞두고 신변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또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인 티머시 센(36)도 약 700만 주(1천260억 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투자은행 출신으로 현재 스냅의 CSO(최고전략책임자)로 재직 중인 임란 칸(39)도 280만 주를 갖고 있다. 이들 외에 스냅의 임직원 대다수는 상당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의 재산가가 최소 100명이 넘게 탄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실리콘 밸리 관계자들은 전했다.
스냅 임직원뿐 아니라, 스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회사들도 큰돈을 벌게 됐다.
스냅의 기업가치가 지금의 50분의 1 정도 할 당시인 2013년 스냅에 투자한 '벤치마크'는 1억3천16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벤치마크의 미치 라스키 파트너는 스냅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또 다른 벤처캐피털 회사인 '라이트스피드'도 선구안이 있었다. 이들은 2012년 스냅챗이 정식으로 출범하기도 전에 투자에 관여해 현재 8천660만 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1조6천억 원이 넘는 규모다.
하지만 이 돈 잔치에서 불운하게 비켜있는 사람도 있다. 스냅의 핵심 기술인 순간 사라짐 기능을 고안한 레기 브라운이 그 주인공이다. 스피걸, 머피 등과 함께 스탠퍼드 대학에 다니면서 스냅을 공동 창업한 그는 2013년 스피걸, 머피 등과 갈등 끝에 회사를 떠나면서 자신의 지분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후 이 소송이 어떻게 해결됐는지는 베일에 가려 있었다. 그런데 이번 IPO를 앞두고 스냅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재무 관련 서류에 따르면 스냅 측은 브라운에게 1억5천750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로 1천800억 원의 큰돈이긴 하지만, 스피걸과 머피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사라지는 기술을 고안한 그가 사라지는 조건으로 이 돈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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