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바람' 르펜 "EU 탈퇴 국민투표"…反이슬람 발언도 쏟아내(종합)

입력 2017-02-06 01:06
수정 2017-02-06 11:20
'극우 바람' 르펜 "EU 탈퇴 국민투표"…反이슬람 발언도 쏟아내(종합)

제2도시 리옹서 출정 연설…르펜 공약, 美 트럼프 따라하기?

선두주자 떠오른 마크롱 "르펜, 프랑스혁명 정신 배반" 공격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열풍'의 핵으로 떠오른 프랑스의 마린 르펜(48) 국민전선(FN) 대표는 휴일인 5일(현지시간) 대규모 지방유세로 세몰이에 나섰다.

르펜은 유럽연합(EU)과 국제무역협정 탈퇴, 보호무역주의 등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과 흡사한 144개 대선공약을 발표, 오랜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신음하는 '늙은 프랑스'의 표심을 파고 들었다.

르펜은 이날 오후 프랑스 제2도시 리옹의 한 실내 체육관에서 가진 대선 출정연설에서 "우리는 이슬람 근본주의의 멍에 속에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난민과 이슬람교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없이 분출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히잡(무슬림 여성이 쓰는 머리 가리개)과 모스크(이슬람 회당) 등을 언급한 뒤 "(이슬람교가) 여성들에게 치마를 입지 못하게 하고 음식점에도 드나들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어떤 프랑스인도, 자유와 존엄을 지닌 어떤 여성도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화와 이슬람 근본주의를 동일 선상에 놓고 공격하기도 했다.

르펜은 "그들은 행복한 세계화를 원하지만 끔찍한 세계화가 이뤄져왔다"면서 "규제를 거부하고 국가의 권한을 박탈하는 경제적 세계화를 집행하면서 다른 종류의 세계주의, 즉 이슬람 근본주의를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EU에 대해서는 '실패'와 '악몽'이라고 규정하고 회원국의 주권을 보장하는 타협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EU 탈퇴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언했다.

르펜은 이어 이번 대선을 "문명의 선택"이라면서 집권하면 5년 내에 프랑스를 제대로 돌려놓겠다고 강조했다.

르펜은 주말인 전날부터 이날까지 리옹에서 세몰이를 벌였다. 이날 출정 연설에는 3천여명의 지지자가 모였으며, 유럽의 극우바람을 반영하듯 LCI, 프랑스 앵포 등 주요 방송들이 생중계를 했다.

FN은 전날에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반(反) EU, 반(反) 난민 정책을 담은 공약 144개를 발표, 범죄 무관용 정책, 경찰력 1만5천명 증강,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세율인상 및 관세 인상 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프랑스로 들어오는 이민자를 연간 1만명 수준으로 80% 감축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특별세를 물리겠다는 방침과 불법 이민자에 대한 기본적인 의료보장 제공을 중단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정책과 흡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FN 측은 오랜 경기침체로 타격을 입은 노동자계층을 겨냥해 세금을 낮추고 복지혜택을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공약집에 담았다.

이날 리옹에서는 좌우를 넘어선 '제3지대론'을 주장하며 대선전에 뛰어든 에마뉘엘 마크롱(39) 전 경제장관과 급진좌파로 분류되는 장뤼크 멜랑숑 후보도 대규모 유세를 벌여 대선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특히 마크롱은 전날 연설에서 르펜 공약들이 프랑스의 혁명이념인 자유·평등·박애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들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의 지평을 제약해 자유를 배반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어떤 사람들이 더 평등하다고 주장하면서 평등을 배신하고, 자신과 다른 외모를 지닌 사람들을 증오하면서 박애를 배반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서는 가장 유력했던 대선 주자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아내와 자녀들을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고용했다는 스캔들이 터지면서 고전하는 가운데,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이 1차 투표지지도에서 르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2차 결선투표에서 르펜과 마크롱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조사에서는 마크롱이 압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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