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대선 '세비횡령스캔들'로 요동…'태풍의 눈' 페넬로프는 누구
英 출신 변호사…피용과 장거리연애 끝에 결혼, 프랑스국적 취득
현모양처형 인물에서 스캔들 핵으로…남편은 대권가도 '최대위기'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현 프랑스 대선 정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세비 횡령 스캔들에 휩싸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의 아내 페넬로프 피용(60)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대권 주자였던 피용은 아내와 두 자녀를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 고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사면초가' 신세로 전락, 소속된 공화당 내외에서 후보 교체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 스캔들을 '페넬로프 게이트'로 이름 붙이고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영국 웨일스지방의 소도시 출신인 페넬로프는 남편이 총리에 지명된 직후인 10여 년 전 영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나는 실제로 남편의 보좌관 또는 그와 유사한 일을 결코 한 적이 없다"고 말한 내용이 공개되는 등 연일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녀는 이번 스캔들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언론의 주목을 피해 조용히 남편을 내조하고 다섯 자녀를 돌보는 전통적인 주부의 이미지로 프랑스인들에게 각인돼 있었다.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전공한 뒤 법학을 다시 공부해 영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피용과 결혼해 프랑스로 이주한 뒤에는 외부활동을 접고 가사에 전념해왔다.
두 사람은 불어에 능통한 페넬로프가 프랑스 서부의 르망에서 잠시 교사로 일할 때 한 저녁 자리에서 만났다고 한다. 르망은 피용의 고향이다.
법률가 집안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던 이들은 곧바로 서로에게 끌려 교제를 시작했고, 페넬로프가 영국으로 법학 공부를 위해 돌아간 뒤에도 6년이나 장거리연애를 했다.
연애 당시 피용은 페넬로프를 만나기 위해 배를 타고 영국까지 왕래하는 열성을 보였다고 한다.
젊은 시절부터 보수주의자였던 피용과 달리 페넬로프는 결혼 전까지는 영국 노동당을 지지하는 사회민주주의자였다고 한다. 피용은 1981년 잡지 '팔라스'와 인터뷰에서 "아내가 영국의 진보주의에 더 가까워지기 전에 내가 영향을 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용의 동생인 안과의사 피에르도 페넬로프의 동생 제인 클라크와 결혼할 만큼 두 집안은 남다른 관계다.
페넬로프는 결혼과 함께 프랑스로 국적을 바꿨다. 2007년 남편이 사르코지 정부의 총리에 지명된 직후 선데이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는 "프랑스에 나쁜 감정을 가진 적이 거의 없지만, 가끔 프랑스인들이 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여기거나 도로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을 때 짜증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조에 전념하던 그는 2014년 남편의 지역구인 사르트 지역의 한 도시에서 자문역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남편이 대선전에 뛰어든 뒤엔 '퍼스트레이디가 된다면 남녀평등에 힘쓰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정치적 조력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고 미혼모와 어린이 보호 활동을 하는 '피용과 함께하는 여성들'이라는 단체를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피용 부부는 슬하에 다섯 자녀를 뒀다. 이 중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녀 두 명이 아버지인 피용의 보좌관으로 허위로 등록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스캔들에 휘말린 상태다.
프랑스 언론들은 페넬로프에 호의적이지 않은 기류다. 현지 신문과 방송들은 페넬로프의 현재 해명과 배치되는 과거 발언을 일일이 찾아내 보도하고 있다.
가령, 페넬로프가 2002년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아빠가 바쁘면 누군가는 아이들을 보살펴야 한다"면서 자신이 가사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남편의 보좌관으로 계속 일해왔다는 지금의 해명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라는 식이다.
일간 르피가로는 "페넬로프의 과거 발언들은 피용 부부의 현재 해명과 가끔 정면으로 배치되며 이는 이번 스캔들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