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연정론, 논의까지 일축할 필요 있나
(서울=연합뉴스) 대선을 앞두고 대연정론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제안한 것으로,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안 지사는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과반에 턱없이 부족한 집권당이 된다"며 "이 상태에서 현 헌법 정신으로 국무회의를 구성하려면 원내 과반을 점하는 다수파가 형성돼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연정 대상에 새누리당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누구든 개혁과제에 합의한다면 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연정은 우리 정치에서 낯선 영역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전(前) 정권은 물론 그 정권의 기반이 됐던 정당도 부정했던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정권교체는 과거와의 단절과 결별은 물론 옛 집권세력에 대한 배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국정의 한 축인 국회 권력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인위적 정계개편이라는 카드가 종종 동원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헌정사가 대립과 반목, 심지어 보복의 악순환으로 귀결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앞선 정권의 정책까지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연속성 상실에 따른 폐단과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안 지사의 제안에는 바람직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당장 안 지사가 주장하는 대연정의 정확한 정의와 실현 가능성까지 짚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취지에는 일단 납득할 만한 대목이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도 대연정론에 대한 동조 세력이 적지 않다. 바른정당의 대권 후보인 남경필 경기지사도 연정론자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의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열린 구상이며 실효적"이라고 호응했다. "차기 정부는 누가 집권해도 여소야대로, 국회와 국정 운영의 파행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안 지사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사정이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부터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게다가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연정은 역사화 촛불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며 "대연정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저버리고 친일독재 부패 세력에 탄핵이 되더라도 살 길이 있다는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대연정론은 극단적 대결을 일삼아온 우리 정치의 오랜 병폐를 돌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현까지는 가야 할 길이 한참 멀다. 국민적 동의와 여야 각 당의 합의, 국가 개혁과제에 대한 인식 공유, 정책 공통분모 발굴 등 난해한 조율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시점에서 득표 확장 수단으로이용될 경우 또 다른 정쟁의 원인을 제공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대선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한 차원 높게 도약하기 위한 절박한 화두로, 여야 대선후보들이 대연정론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은 필요한 듯하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주요 의제로 정해 집중 논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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