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마디에 수출·환율·물가 휘청…불확실성 '삼중고'
당국, 보호무역주의 탓에 수출 회복 불씨 꺼뜨릴까 노심초사
중장기 달러 강세 전망 우세로 유가 하락 관측에도 물가 상승 우려 여전
하루 단위로 널뛰는 환율…금융시장 불안정성 최고조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경제 주요지표인 수출·환율·물가의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향하고 있다.
최근 가까스로 회복의 불씨를 살린 수출은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탓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환율은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극과 극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고 물가 역시 유가 하락, 달러 상승 등 상반된 요인이 중첩되면서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5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11.2% 늘어난 403억 달러를 기록하며 2013년 1월 이후 4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이 84.8%에 달할 정도로 한국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의 반등은 장기화하는 경제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희망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앞날은 여전히 밝지만은 않다.
최근 미국 최우선주의를 기반으로 가시화된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탓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캐나다-멕시코 간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을 재협상하고,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는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가 후보자 당시 공약을 실제 정책으로 현실화하면서 우리에게도 반덤핑, 상계관세 등 무역제재 수단을 사용하거나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현실화하는 점도 중국을 통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국내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이제 막 회복되기 시작한 수출마저 발목이 잡힌다면 한국 경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의 한마디에 극과 극을 오가는 환율은 대외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7일 1,090.0원까지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의 경기 부양 공약 등으로 줄곧 상승세를 보여 지난해 12월 28일 1,210.5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이른바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원/달러 환율의 종가는 전일 종가보다 4.0원 떨어진 달러당 1,158.1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11월 10일(1,150.6원) 이후 83일 만에 최저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에는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일갈했다.
이 발언은 외환시장에 즉시 영향을 줬고 전날 10.8원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12.1원 떨어진 1,150.0원에 개장했다. 급등세로 개장한 환율이 단 하루 만에 급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 연준이 올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율의 방향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점, 변동 폭이 크다는 점 자체가 정부 정책 판단이나 기업 경영에 더욱 까다로운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널 뛰는 환율은 최근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을 고심하는 정책당국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미국 원유 생산 확대에 따른 국제 유가 하락 역시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지만 미국 경기 부양에 다른 달러화 강세와 서로 효과가 상쇄된 탓에 물가의 방향성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미국 제일주의에 기초한 경제 회복정책, 일본·독일·중국에 대한 환율조작 이슈 등이 혼재돼있기 때문에 트럼프 정책 자체로 우리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이 어렵다"라며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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