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압수수색 거부 靑 법치유린" vs 태극기 "탄핵 무효"

입력 2017-02-04 22:50
촛불 "압수수색 거부 靑 법치유린" vs 태극기 "탄핵 무효"

퇴진행동, 설 연휴 이후 첫 주말집회…"재벌총수 구속" 사전집회도

친박단체는 태극기집회 …"탄핵 기각·특검 해체" 주장

(전국종합=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2월 중 탄핵을 촉구하는 14차 주말 촛불집회가 4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작년 10월29일 첫 집회 이후 설 연휴에 처음으로 한 주를 쉬고서 열린 집회다.

전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청와대가 불승인해 영장 집행이 불발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의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직후여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 보수단체들은 서울에서 대규모 맞불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탄핵 정국이언론의 조작 보도와 종북세력 선동 결과이며, 특검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적 수사를 한다고 주장했다.



◇ 압수수색 거부에 뿔난 '100일 촛불'…"청와대가 법치 유린"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2월 탄핵, 황교안 사퇴, 공범세력 구속, 촛불개혁 실현 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촛불집회 100일(5일)을 하루 앞둔 날이다.

참가자들은 설 연휴 전 박 대통령과 특정 매체의 인터뷰, 특검 압수수색 불발, 국정농단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등 일련의 상황을 비판하면서 이달 중 박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을 촉구했다.

퇴진행동 법률팀장 권영국 변호사는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와대가 군사상 기밀을 내세워 정면으로 거부했다"면서 "이는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국민에 대한 폭거이며, 청와대는 이제 범죄 소굴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우석균 퇴진행동 상임위원은 "박 대통령 압수수색과 관련해 특검이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을 때 기각한 이가 바로 황교안"이라며 "왜 박근혜의 범죄를 숨길까. 황교안이 박근혜와 공범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비선 실세' 최순실(61)씨가 특검에 출석할 당시 그를 향해 "염병하네!"라고 일갈한 미화원 임모(65·여)씨도 참석해 최씨 행실을 성토했다.

참가자들은 본 집회 이후 "박근혜는 범죄자다", "2월에는 탄핵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국무총리공관 방면으로 행진했다.

행진 중 발언대에 오른 한 시민은 "설 전에 박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친박 집회가 탄핵 집회의 2배'라고 한 말에 너무 열받아 나왔다"며 "여기 모인 우리가 박근혜씨에게 진정한 민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본 집회에 앞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사전집회를 열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을 규탄하고, 재벌 개혁과 이 부회장 구속을 요구한 뒤 삼성 서초사옥까지 행진했다.

서울 외 지역 곳곳에서도 2월 첫 주말을 맞아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부산 서면 중앙로에서 열린 시국대회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 퇴진과 조기 탄핵 인용을 촉구하고서 부산시청까지 3.2㎞를 행진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일본영사관 앞에서 '소녀상 지킴이 예술시위'를 열었다.

광주 금남로에서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 '입춘송박(立春送朴·봄은 오고 박 대통령은 내려가라)'을 주제로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남 담양군 촛불집회에서는 이 지역 출신으로 한때 최순실씨 측근이었다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폭로자가 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8시30분 기준으로 광화문에 40만명을 비롯해 전국에 연인원(누적인원) 42만5천500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 친박단체 "대통령이 보고 싶다" 대규모 '태극기 집회'

촛불집회에 앞서 친박(친박근혜) 보수단체들의 탄핵 반대집회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탄핵 반대집회를 열어 탄핵 정국이 언론의 조작 보도와 종북세력 선동 결과물이라며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를 요구했다.

탄기국은 이날 집회에 13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탄핵반대 집회에는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온 주부들도 일부 참석했다. 이들은 "유모차를 끌고 탄핵반대 집회에 나오면 15만원을 준다는 언론 보도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육군사관학교 총구국동지회, 예비역 대령, 해군 사관학교 기수별 모임, UDT 등 군 예비역들도 다수 참가했다.

집회에서는 이틀 전 생일을 맞았던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감성적인 호소가 줄을 이었다.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지금 정말 대통령이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은 눈물을 흘리면서 "나와주세요. 대통령님"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도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 탄핵 반대집회를 열어 특검 수사가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집회에는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를 비롯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 같은 당 윤상현 의원 등도 참석했다.

연사로 참석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모든 국가 기밀이 모인 청와대에 검사가 가서 압수수색하겠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이 정신을 차려서 그걸 저지했다"며 "청와대와 박 대통령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자"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시내에 경비병력 176개 중대(약 1만 4천명)를 투입해 양측 간 충돌 방지와 질서 유지에 주력했다.

(조정호 황봉규 장영은 최영수 이해용 한무선 김준회 정회성 김형우 임기창 박경준 현혜란 이효석 기자)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