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같이 먹기로 했는데" 27살 장녀잃은 부모 '망연자실'
집안 도우려 스무살에 취업해 성실히 일한 '착한 딸'…메타폴리스 화재서 참변
(화성=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오늘 저녁 같이 먹기로 했는데…."
4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화재로 숨진 두피관리실 직원 강모(27·여)씨의 유가족들은 한없이 밝고 착한 장녀를 잃은 슬픔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강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장 취업해 사회로 나왔다.
두피관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강씨는 수년째 관리실 곳곳을 옮겨 다니며 성실히 일했다.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건 관리실을 내 운영하겠다는 포부도 있었다.
그런 강씨는 부모에게는 자랑스러운 딸이었고, 먼저 시집간 여동생과 대학생인 남동생에게 모범적인 언니이자 누나였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그런 강씨의 날벼락 같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강씨의 아버지(57·자영업)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다 보니 스무 살 나이에 취업해서 스스로 돈을 벌었다"며 "아빠, 엄마가 잘살지 못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라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이어 "매사에 긍정적이고 정말 착해서, 법 없이도 살 아이였다"며 "또 자기 조카만 보면 예뻐서 어쩔 줄 몰랐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고모(52)는 "아이 엄마에게 들어보니 오늘 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며 "집안에 도움이 되려고 그토록 열심히 일하던 아이였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유가족들은 경찰을 통해 사고 소식을 접했으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모부(53)는 "오후 2시께 사고 소식을 알게 됐지만, 그 이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누구도 안내해 주지 않았다"며 "화재경보기가울리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사고 내용도 갈피가 안 잡혔는데, 관련 설명을 해주는 이도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강씨 아버지와 이모부는 오후 늦게 직접 사고 현장을 찾았다가 소방관 안내를 받아 대책본부가 차려진 동탄의 동사무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씨 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현장까지 갔고, 거기서 안내를 받아 대책본부도 들를 수 있었다"며 "딸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부검한다고 해 장례도 치를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에서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침통해 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화성 동탄신도시 메타폴리스 단지 내 4층짜리 부속 상가 건물 3층 뽀로로 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철거작업 중 불이 나 강씨 등 남녀 4명이 숨졌다.
강씨는 불이 시작된 철거현장에서 반대쪽으로 20여m 떨어진 두피관리실에서 일하다 변을 당했다.
그는 1년 반쯤 전부터 이곳에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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