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1년]② 차기정부서도 '뜨거운 감자'
조기대선·정치지형 따라 재가동 놓고 논란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가동중단 1년을 맞는 개성공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개성공단이 이대로 녹슨 흉물로 운명을 다할지, 향후 한국의 정치지형과 남북관계 향배에 따라 재가동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지를 가늠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하면서 핵심 사유로 들었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현 정부 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와 조기대선 실시 여부에 따라 개성공단 문제가 머지않은 시기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개성공단 문제는 당장 대선전의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하고, 차기 정부에서 주요 남북관계 현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의 무게감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역행하는 동시에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열어줄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 견인, 통일 이후 북한 경제의 연착륙 등을 위해 개성공단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설사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실제 재가동까지는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박근혜 정부가 폐쇄 이유로 들었던 개성공단 자금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전용 의혹에 대한 '해소'가 열어야 할 첫 빗장이다.
역대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는 개성공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직접 연계하는 것에 거리를 둬왔지만, 현 정부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폐쇄 직후 "개성공단 임금 등 현금이 대량살상무기(WMD)에 사용된다는 우려는 여러 측에서 있었다"면서 공단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의 WMD 전용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더라도 기존의 현금 지급방식이 아닌 북한 주민들에 필요한 현물 지급 등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9월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는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인 2270호와 2321호를 채택했으며,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별도의 독자 제재를 통해 북한의 자금줄 차단에 올인하고 있다.
안보리의 대북제재 중 최신판인 2321호는 북한의 자금줄 차단을 위해 핵심 수출품목인 석탄 수출에 상한을 정하고, 북한의 노동자 해외송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회원국의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심지어 대형 조형물의 수출까지 금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경우 그동안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쌓아올린 대북제재의 벽을 스스로 허문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현금 다발이 들어가는 문제가 안보리 결의의 직접적 위반이 되는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결의의 세부 조항만으로 따져볼 때 개성공단 재가동이 직접적인 결의 위배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과 설사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안보리 결의 전체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이 혼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의 판단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차기 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더라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지적도 무시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운명에는 북핵 문제와 북한의 미래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전략적 사고 변화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개성공단 재가동은 차기 정부가 비상한 의지를 가지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단순히 재개를 넘어서 지속가능한 발전 측면에서 핵 문제 진전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은 단순한 남북 경협 차원을 넘어 북한의 미래, 남북관계의 미래라는 인식이 남북 모두에 필요하고, 개성공단의 틀과 방향에 대한 남북 고위급 간 협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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