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열풍 '포켓몬고' 어떻게 탄생했나…닌텐도 '반신반의'
콘솔 집착하다 합자회사 통한 '대박'보고 뒤늦게 모바일 게임 본격 진출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위치기반(LBS)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고'의 세계적 흥행 열풍은 일본 게임사 '닌텐도' 없이는 불가능했을까?
포켓몬 게임이 닌텐도의 간판 상품은 맞지만, 사정을 뜯어보면 닌텐도는 포켓몬고 성공의 산파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산하 포켓몬 브랜드가 스마트폰 위치기반 게임이라는 '강화 아이템'을 만나 승승장구하자 뜻밖의 '어부지리'를 챙긴 경우에 가깝다. 수십 년 익숙했던 게임기(콘솔) 시장만 고집하다 포켓몬고의 흥행 덕분에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5일 외신과 게임 업계에 따르면 포켓몬고 사업의 출발점은 2014년 4월 만우절 때 포켓몬컴퍼니와 구글이 협업한 '만우절 농담' 동영상이었다.
포켓몬컴퍼니는 포켓몬 지식재산권(IP) 관리를 전담하는 업체지만 닌텐도의 자회사가 아니다. 닌텐도·게임프릭·크리처스 등 3개 일본 기업이 3분의 1씩 지분을 나눠 가진 합자 회사다.
이 2014년 만우절 동영상은 세계 각지 구글맵(구글지도)에 숨은 야생 포켓몬을 모두 잡으면 구글이 '포켓몬 마스터'로 특채해준다는 내용이다.
이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동영상은 세계 각지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당시 구글의 사내 벤처인 나이앤틱은 쾌재를 불렀다.
2012년 자신들이 내놓은 구글맵 기반 증강현실 게임 '인그레스'의 후속타로 포켓몬이 최상의 후보라는 걸 확인한 계기였다.
성인 취향의 SF 영화 설정이던 인그레스에서 게임 틀만 빌려오고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포켓몬을 얹으면 대박이 될 거라는 구상이었다.
나이앤틱의 존 행키 대표는 포켓몬컴퍼니를 만나 바로 포켓몬고 개발안을 확정 지었다.
이때 행키 대표가 닌텐도를 대신 찾아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 당시까지도 닌텐도는 위유(Wii U)와 닌텐도 3DS 등 게임기(콘솔) 사업에 골몰해 스마트폰 게임에 적대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자사가 수익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콘솔과 달리 모바일 게임은 불확실성이 너무 높고, 스마트폰 영역에 진출했다가 주력인 콘솔 게임의 수요를 잠식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닌텐도의 오랜 견해였다.
닌텐도의 입김이 적은 포켓몬컴퍼니는 성향이 반대였다. 포켓몬컴퍼니에서는 당시 대표부터 직원까지 다수가 스마트폰으로 인그레스를 즐기던 마니아라, 행키 대표의 제안에 다들 쌍수를 들고 반길 정도였고 한다.
닌텐도가 포켓몬컴퍼니와 나이앤틱의 협업 결정에 어떤 공식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단 2015년 나이앤틱이 구글에서 분사할 때 포켓몬컴퍼니와 닌텐도가 회사 지분에 대폭 투자한 점을 볼 때 사업 전망에 관해 최소 '반신반의' 심정은 갖고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작년 7월 북미·유럽·일본 등에 출시된 포켓몬고는 모바일 게임 사상 최대의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지금껏 콘솔 게임 캐릭터였던 포켓몬고가 스마트폰이란 새 영토를 장악하자 닌텐도의 생각도 '유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 9월 애플 아이폰 7 발표회 때에는 자사의 1위 캐릭터인 '마리오'를 쓴 첫 모바일 게임 '슈퍼마리오런'을 내놓겠다고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고집스러운 '콘솔몬'이던 닌텐도가 산하 브랜드인 포켓몬 덕분에 신생 모바일 주자로 '진화'한 셈이다.
슈퍼마리오런은 작년 12월 발매 초기 다운로드 횟수로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1위를 했지만, 모바일 게임으로서 드물게 작품 자체를 유료화한 탓에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모바일 게임은 작품 자체는 공짜로 풀고 아이템 등을 판매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부분 유료화' 정책을 쓴다.
이처럼 유행과 달리 유료화를 택한 것은 '밑지고 팔지 않는다'는 닌텐도의 보수적 사업 원칙이 영향을 미친 대목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닌텐도의 모바일 진출이 '절반의 실패'로 끝났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닌텐도가 '파이어 엠블렘'과 '동물의 숲' 등 자사의 다른 유명 IP도 올해 모바일 게임으로 내놔 설욕의 기회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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