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테러에 올림픽 유치 경쟁 도시들도 초조
LA는 트럼프 행정명령 여파 촉각…헝가리 반대여론·파리 테러 대책 고심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2024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 선정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보호주의 확산과 유럽 테러 여파 등으로 유치전에 뛰어든 도시들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4일(현지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프랑스 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3개 도시는 전날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 신청 최종 서류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3개 도시는 저마다 민감한 정치, 사회적 이슈 때문에 유치 경쟁에서 최종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최근 국제사회로까지 논란이 확대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때문에 진땀을 빼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케이시 와서먼 LA올림픽 유치위원장은 2일 "스포츠는 정치와 관련된 게 아니다"라며 이슬람권 7개국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한 트럼프 행정명령 논란이 올림픽 유치전까지 이어질까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AP통신은 미국 정부가 올림픽조직위원회에 행정명령이 국제 스포츠 행사에 참석하려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올해 9월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130차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이슬람권 국가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반 트럼프 정서가 바뀌지 않으면 LA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3일 몰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는 트럼프 성토장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각국 정상의 격한 발언이 쏟아지는 등 유럽도 미국에 더는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헝가리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올림픽 유치에 반대하며 국민투표를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여론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청년 유권자 단체 '모멘텀 무브먼트'는 지난달 16일 올림픽 개최지 신청 여부를 국민투표로 하자는 '놀림피아(올림픽 유치에 반대한다는 No와 올림픽의 합성어)' 운동을 시작했다.
올림픽 개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부다페스트 재정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민투표가 성립하려면 13만8천 명의 서명이 있어야 하는데 이 단체는 2주도 안 돼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유치 반대 분위기가 높아지자 올림픽 유치를 지원했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30일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어떤 논의를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LA와 함께 강력한 개최 후보 도시인 파리는 잇따른 테러 때문에 IOC 위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유치 성공의 관건이다.
IOC가 최종 유치 신청 서류를 마감한 3일에는 파리 시내 한복판인 루브르 박물관 쇼핑센터에서 괴한이 경계를 서는 군인을 흉기로 습격한 사건이 벌어졌다.
파리는 2015년 1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총격 테러와 그해 11월 시내 바타클랑 극장 폭탄 테러 등 잇따라 표적이 됐다.
IOC는 로스앤젤레스(4월 23∼25일), 부다페스트(5월 10∼12일), 파리(5월 14∼16일) 등 세 개 도시를 차례로 방문해 첫 현장 실사를 벌인다.
현장 방문 결과를 담은 IOC의 최종 보고서는 7월 전 IOC 회원국에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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