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도시 파리, 노상방뇨가 웬말…친환경 소변기로 해법 모색

입력 2017-02-04 09:15
낭만의 도시 파리, 노상방뇨가 웬말…친환경 소변기로 해법 모색

佛 디자인회사 개발 고가 소변기 설치…로잔·런던 등 외국서도 주문 쇄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사랑과 낭만의 도시라는 이미지와 달리 노상방뇨 문제로 골치를 썩여온 프랑스 파리가 이색적인 해법을 찾았다.

세련된 외관에 친환경 기능까지 갖춘 소변기를 거리 곳곳에 설치해 노상방뇨에 따른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 미관도 개선한다는 발상이다.

4일 르피가로의 자매지인 피가로스코프에 따르면 파리시는 최근 베르시와 17구 지역에 친환경 소변 모음통인 '위리트로투아'(Uritrottoir)의 시범모델을 설치했다.



프랑스의 산업디자인기업 '팔타지'(Faltazi)가 제작한 모던한 느낌의 이 소변기는 물을 사용할 필요 없이 톱밥, 목재조각 등으로 구성된 통에 소변을 모은다.

소변기의 윗부분에는 꽃 등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했으며, 심지어 소변을 모아 퇴비를 만들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소변에 포함된 질소성분과 짚더미의 탄소성분이 결합해 비료가 되는 것이다.

이 소변기는 또한 낙서방지 기능이 있는 페인트로 겉면을 칠했고, 오줌이 가득 모이면 원격으로 제어되는 컴퓨터에 통보돼 시청에서 파리 외곽으로 소변을 수거해 퇴비를 만든다.

'위키트로투아'라는 이름은 불어로 소변기(urinal)와 보행로(trottoir)를 합성한 것으로, 대형 모델은 최대 600명의 소변을 모을 수 있다고 한다.

파리는 낭만적인 이미지와 달리 노상방뇨 문제로 골치를 썩여 왔다. 파리의 지하철역이나 도심에서 소변으로 인한 악취는 심심치 않게 마주치는 '복병'이다.

급기야 파리시는 지난해 가을 노상방뇨와 애완동물의 배설물 투기 등 거리의 반(反)문화적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전문 단속반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아직 시범설치단계에 불과하지만, 비싼 가격(대당 500만원 상당)에도 '위리트로투아'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국영철도회사인 SNCF가 파리에서 노상방뇨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꼽히는 리옹역 주변에 설치하기 위해 두 대를 주문했으며, 파리 외에 낭트, 칸 등의 도시도 이 제품을 주문한 상태다. 스위스 로잔과 영국 런던 등지에서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거리에서 '볼일이 급한' 남성들만 이 소변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단점이다.

제품을 디자인한 로랑 르보는 "노상방뇨가 남성들만 저지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 제품이 (노상방뇨) 문제를 완전히 해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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