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용 안전처장관 "안전은 투자라고 인식 바꿔야"
"학교·사회간접자본 등 주요 인프라 내진보강 앞당길 것"
"국민 안전 완전히 담보되려면 60년 필요…인식 변화 중요"
(세종=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안전을 비용이나 규제로 생각하지 않고, 투자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재난에 대비하는 것이 비용처럼 보이지만 투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까지 2조8천억여 원을 투자해 내진율을 당초 계획보다 높이고, 주요 인프라의 내진보강도 앞당겨 마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에도 중장기적으로 대비하고, 소방 등 안전현장 인력의 처우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다음은 박 장관과의 일문일답.
-- 안전처의 초대 장관으로 2년간을 보냈다.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은.
▲ 오직 국민 안전을 위해 한 방울의 땀이라도 더 흘리겠다는 각오로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재난안전관리는 한 기관의 노력과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 지자체, 국민 등이 서로 소통하고 책무를 융화하는 협업이 중요하다. 사회 전반에 안전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실천하는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아직 안전을 비용이나 규제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남아 있다. 이제는 투자라는 생각으로 국민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안전 관련 예산은 나라 전체 예산의 1%가 안 된다. 빅데이터를 보면 태풍에 한번 맞으면 3천∼5천억원의 손실이 나고, 이를 원상 복구하는 데는 4∼7배가 더 들어간다. 지난해 태풍 차바로 피해액이 2천억원 났고, 복구하려면 1조4천억원이 필요하다. 재난에 대비하는 것이 비용처럼 보이지만 투자라는 것이다. 그것을 계속 알리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
-- 최근까지도 국내에서는 안전 관련 이슈가 많았다. 가장 큰 것이 경주 지진일 것이다. 안전처에서 분석한 지진의 위험도는.
▲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53회의 지진이 발생했고,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아직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안전한 지대라고는 할 수 없다. 경주 지진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포함해 그간의 지진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그 결과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확정해 추진하고 있다.
-- 대책에 따라 2030년까지 종합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요 시설의 내진보강을 위한 예산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책은.
▲ 내진보강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므로 학교나 사회간접자본 등 주요 인프라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내진보강 예산은 2천878억원으로 지난해(824억원)보다 250% 증액됐다. 2020년까지 2조8천787억원을 투자해 당초 계획인 49.4%보다 높은 54%까지 내진율을 높이겠다. 학교 시설은 올해부터 매년 2천500억원 이상을 투자, 당초 2038년 완료 예정이던 내진보강을 2034년까지 끝내겠다. 공항·철도 등 교통수송분야는 2019년까지 1천917곳의 내진보강을 완료하겠다.
-- 지진 대피시설은 어떻게 확보하나.
▲ 지진이 났을 때 일단 대피할 수 있는 공터 등은 지정을 완료했다. 문제는 그 이후 생활을 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곳은 내진 설계가 돼 있어야 하는데, 지금 민간시설의 내진율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용적률을 완화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민간시설의 내진보강은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또 내진율이 30%라도 일부 대도시에 내진시설이 몰리는 등의 문제도 있다. 일단 그나마 나은 곳을 정해서 훈련 등을 진행하고, 내진율이 높아질 때마다 새로 정하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국민 안전이 완전히 담보되려면 60년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배우고 가르치는 인식의 변화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기상이변에 의한 안전문제도 대두한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 중·장기적으로 기상이변을 견딜 국토의 방재능력을 키우고 있다. 강우 강도의 증가나 해수면 상승이 자연재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이고, 이 결과를 기초로 방재기준을 개선해 재해예방시설에 반영할 방침이다.
-- 최근에는 전통시장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 위험을 줄일 방법이 있을까.
▲ 화재 신고가 지연되지 않도록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화재가 확산하는 원인인 비닐형 가림막과 가판대 보호 천막을 방화 천막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전통시장은 그 특성상 관리가 쉽지 않고, 정부가 화재 위험요인을 모두 제거하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상인들이 자율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특히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을 금지하고, 정격 규격의 전선을 사용하는 등 안전수칙을 잘 지켜주시길 바란다.
-- 노후 소방장비와 소방인력 처우 개선은 어느 정도 진척됐나.
▲ 소방공무원의 안전을 위한 개인보호장비는 이미 100% 확충했다. 소방차량과 구조·구급 장비는 올해 말까지 노후율을 제로화하겠다. 올해 소방공무원의 위험직무 순직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공상 소방공무원의 재활과 직무복귀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 공상 치료비 부담을 해소할 예산도 시·도에 지원하겠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일하다 다치고 죽은 사람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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