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유입에 다시 꿈틀대는 라디오…광고시장도 청신호
방송 3사, 장수 프로에 더해 왕년의 스타 새 프로에 투입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눈이 피로한 시대, 라디오가 잠시 잊혔던 매력을 다시 뿜어내고 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기존에 탄탄한 장년층 청취자를 기반으로 아날로그한 분위기에 호감을 느껴 새롭게 유입되는 20대 젊은 청취자들까지 늘고 있다.
이에 방송 3사는 20∼30년 된 장수 프로그램, 출·퇴근길 인기 프로그램, 또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을 내세운 새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상하며 제2의 전성기에 도전한다.
◇ 3사가 꼽는 인기·주력 프로 '톱5'는
KBS는 쿨FM(89.1㎒)의 '황정민의 FM대행진', '박명수의 라디오쇼', '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 해피FM(106.1㎒)의 '박중훈의 라디오스타',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를 인기 또는 주력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황정민의 FM대행진'은 출근, '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는 퇴근 시간대를 책임지는 장수프로그램이다. '박명수의 라디오쇼'도 점심 직전 젊은 청취 층을 타깃으로 3년차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27년 만에 라디오 DJ를 맡은 배우 박중훈의 '라디오스타'와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출근길 경영인과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트렌드 플러스'는 떠오르는 샛별이다. 박중훈처럼 오랜만에 라디오로 돌아온 배우 최수종도 오는 6일부터 아침방송 '매일 그대와' 진행을 맡는다.
MBC는 표준FM(95.9㎒)의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 '지금은 라디오 시대', '강타의 별이 빛나는 밤에', FM4U(91.9㎒)의 '굿모닝FM 노홍철입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톱5'로 내민다.
올해 30주년인 '싱글벙글쇼'는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틀어 '조상님' 격이다. 최근 최유라가 27년만에 정선희에게 마이크를 넘긴 '라디오 시대'도 2010년 한국광고주협회가 한 조사에서 가장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출근길 '굿모닝FM', 퇴근길 '음악캠프', 늦은 밤 '별이 빛나는 밤에'는 안정감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다.
SBS는 파워FM(107.7㎒)의 '두시탈출 컬투쇼', '최화정의 파워타임', '김영철의 파워FM', '박소현의 러브게임'과 러브FM(103.5㎒)의 '윤형빈, 양세형의 투맨쇼'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민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컬투쇼'는 오랜 기간 라디오 전체 청취율 1위를 달리는 간판 프로그램이고, 출근길 '김영철의 파워FM', 낮 '최화정의 파워타임', 퇴근길 '박소현의 러브게임'도 청취층이 탄탄하다.
'투맨쇼'의 경우 예능계 블루칩 양세형을 내세워 기대되는 신생 프로그램이다.
◇ 라디오도 '응답하라' 현상?…침체기 딛고 부활 노린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의 발달 등으로 라디오의 경쟁력이 옛날 같지 않은 건 여전한 사실이다.
SBS 라디오국 관계자는 5일 "전체적으로 청취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흐름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과거 라디오를 즐겨듣던 청취 층이 나이를 먹으면서 고령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흥행 등에 힘입어 1980·1990년대 대중문화 리메이크 바람을 타고 청신호가 켜졌다. 기존에 탄탄한 중장년층 청취자에 더해 20·30대에서 새롭게 유입되는 청취 층이 생겨난 것이다.
김창회 KBS 라디오센터 PD는 "'응답하라' 정서가 확산하면서 젊은 청취자들이 늘고 있다"며 "좋은 음악과 더불어 타인과 교감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스마트폰의 보편화가 라디오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5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소비자행태조사 결과 20대 이하 라디오 청취자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라디오를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스타들이 게스트로 출연할 때 얼굴을 보면서 들을 수 있는 '보이는 라디오'의 활성화가 젊은 청취자 유입에 한몫하고 있다.
◇ 전문가들이 보는 라디오 시장 전망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라디오 시장의 현황과 전망은 마냥 나쁘지 않다.
SBS 라디오국 관계자는 "라디오 광고 시장이 현상 유지를 몇 년간 하겠지만, 점진적 하향 추세를 피할 수 없지는 않을까 판단한다"며 "다만 작년에는 아파트 분양 광고가 갑자기 밀려들어 착시현상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코바코는 '2016 라디오 시장 진단' 보고서에서 라디오의 매체 이용률은 2014년 30%에서 33%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이 77%에서 72%로 줄어든 것을 보면 희망적이라는 것이다.
또 2015년 광고 수용도(매체 이용 시 광고를 시청하는 정도) 분야에서 라디오는 TV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라디오의 매체 이용 증가는 매체력 상승으로 이어져 집행광고비는 2014년 2천541억원에서 2015년 2천702억원으로 증가했다.
코바코는 보고서에서 "라디오는 타 매체 대비 광고 회피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며 TV 광고와 시너지 효과까지 있어 광고매체로서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라디오 광고의 장점으로는 이동하면서 들을 수 있는 점, 다른 매체 광고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점, 친근한 느낌을 주는 점, TV에선 들을 수 없는 CM송에 대한 호감도, 들리기만 해서 TV 광고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점 등을 들었다.
한편 청취자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장르로는 종합토크쇼와 국내가요 프로그램이 꼽혀 앞서 3사가 자체적으로 꼽은 주력 프로그램들의 인기를 방증했다. 따라서 이러한 포맷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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