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태 부산고등법원장 퇴임…"과분한 사랑 받았다"

입력 2017-02-06 08:05
윤인태 부산고등법원장 퇴임…"과분한 사랑 받았다"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30년 넘게 법관으로서 선후배 판사님들과 법원 직원분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정든 법원을 떠나려니 만감이 교차하지만 공익을 외면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앞으로 함께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겠습니다."

7일 법복을 벗고 31년 6개월간 정들었던 법원을 떠나는 윤인태(60·사법연수원 12기) 부산고등법원장이 밝힌 소회다.



집무실에서 만난 윤 법원장은 퇴임 소감을 묻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흔히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섭섭한 마음이 더 드는 게 사실이다. 명예롭게 퇴임할 수 있도록 도와준 법원 식구들과 유관기관 관계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85년 9월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부산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창원지법원장, 부산지법원장을 거쳐 2015년 2월부터 부산고법원장으로 부산 법원을 이끌었다.

"판사는 첫 근무지에서 법원장을 해보는 게 소망인 경우가 많아요. 운이 좋아서 부산지법원장과 고법원장을 다 해 봤죠"라며 몸을 낮췄다.

윤 법원장은 울산지법 수석부장판사 때인 2004년 2월 부산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했을 때를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떠올렸다.

반면 2011년 대법관 공식 후보가 됐지만 제청되지 못했고 2012년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거명됐지만 건강문제로 고사했을 때를 가장 안타까운 순간으로 기억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해운대 엘시티 시행사 실질 소유주인 이영복(67·구속기소) 씨의 다대·만덕 비리 재판을 떠올렸다.

"부산지법 형사합의3부장 때죠. 다른 형사사건 재판을 진행하면서 격주로 두 달 동안 집중 심리하고 나서 판결을 내렸는데,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윤 법원장은 후배 법관들에게 "형평성 있는 공정한 재판을 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여론이라고 불리는 국민 법 감정을 참작해 재판하라는데, 합리적인 여론과 법 감정은 수용하되 비합리적이거나 극단적인 여론을 이겨내고 합리적 판결을 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윤 법원장은 강조했다.

퇴임 후 진로를 묻자 그는 "고민 끝에 부산의 한 중견 법무법인으로 가기로 했다. 변호사가 되더라도 공익을 외면하지 않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osh998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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