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들, 한국문학 번역사이트 첫 개설…'koreanlit.com'
헌대문학·칼럼·여행 등으로 구성, '북한의 문학' 코너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재미동포들이 만든 비영리 단체인 '매사추세츠 민간 한국문화원'(KCSOM)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미국은 물론 캐나다까지 소개하는 사이트(koreanlit.com)를 처음으로 개설했다.
사이트 구축에 앞장선 유희주 시인은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다민족이 만들어내는 질서 속에서 의미를 찾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 한국의 문학이 또 다른 나라의 문학과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섞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은 힘들을 모아 이 사이트를 만들었다"며 "문학에 대한 열정보다는 한국과 미국을, 더 나아가 세계를 함께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개설 이유를 밝혔다.
그는 "사이트 개설에는 국내 많은 작가와 전승희, 고유진, 권순희, 매튜, 임옥, 이화현, 권순자 등 동포들이 참여했다"며 "이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첫 한국문학 영문 번역사이트는 탄생할 수 없었다"고 소개했다.
'한국 현대문학을 세계로'(Where modern Korean literature meets the world)라는 기치 아래 만든 이 사이트는 '현대문학', '칼럼', '예술문화자료', '여행', '독자번역 응모' 등으로 구성됐다.
'현대문학'은 시, 동시, 산문, 북한의 문학으로 꾸며졌고, 현재 시 부문에는 장석주의 '밥', 권순자의 '위안부 1'ㆍ'천개의 눈물', 이재무의 '밥알'ㆍ'첫눈', 이산하 시인의 '한라산' 등이 번역 게재됐다.
동시는 한혜영 시인의 '상상하는 고양이', '도랑에 빠진 자전거', '물', '엄마의 목소리', '큰소리 뻥뻥' 등의 작품을 실었고, 산문은 유희주 시인의 '춤추는 사회', '자연스러운 사회' 등을 올려놨다.
'북한의 문학' 코너에는 리호근 시인의 시 '임진강' 1편을 소개한다. 2005년 발표된 이 시는 구구절절 분단의 아픔을 묘사하고 있다. 임진강 관산마을이라고 하는 곳에서 강을 바라보며 통일을 염원하는 순수한 시다.
KCSOM 측은 앞으로 한반도 내에서 창작된 현대문학을 영어로 번역해 영어권 나라에 소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현대 시를 먼저 세계에 알리고, 나중에 수필과 소설을 아우르겠다는 계획이다.
유 시인은 "정치와 이념을 뛰어넘어 모든 장르의 시를 편견 없이 소개할 것"이라며 "저작권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고한 지 70년이 넘는 시인의 시와 작고한 지 70년이 안 된 시인일 경우 유족의 허락을 받도록 하고 번역할 때는 선정위원회가 결정하는 등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문화를 미국에 소개하는 활동을 펼치는 KCSOM은 매사추세츠주에 한국도서관을 개관했고, 교회나 태권도장을 빌려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도서관에는 국내 문인과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 등이 수집해 모은 책 6천 권을 도서관에 비치하고 있다.
ghw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