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주워담는 트럼프 "호주, 존경하고 사랑해" 봉합 시도
턴불 호주 총리도 "트럼프, 매우 똑똑한 사람" 화답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총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례한 언행이 호주 내에서 큰 반발을 부르자 양국이 봉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지난 주말 전화 통화가 우방 지도자 간 대화로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난을 받자 호주에 친근감을 표시하며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미국시간) 밤 워싱턴 행사에 참석해 "우리가 문제를 갖고 있긴 하지만, 나는 호주를 무척 존경하고 한 국가로서 호주를 사랑한다"며 정상 간 통화에서 나타난 격한 어조를 누그러뜨렸다고 호주 ABC 방송이 3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또 "많은 나라가 지독하게도 우리를 이용한다"고 지적하고, 각국 지도자들과의 '거친' 전화 통화와 관련해서도 "우리도 거칠어져야 한다"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와 함께 거친 표현의 원인을 제공한 호주와의 난민 상호교환협정과 관련, 합의가 유효하냐는 질문에 대해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주재 호주대사인 조 호키도 이날 백악관을 방문해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겸 고문과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을 만났다.
양 측의 만남은 버락 오바마 시절 두 나라 간에 체결된 난민 상호교환협정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최악"이라며 재고하겠다는 입장을, 턴불 총리는 약속이 존중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가운데 이뤄졌다.
공화당의 중진인 존 매케인 등 다수의 미국 여야 상원의원들도 호키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매케인 의원은 성명에서 호주가 미국의 가장 오랜 친구며 굳건한 동맹 중 하나라며 "우리는 가족과 친구 관계, 공통 관심사, 공동의 가치, 전쟁 중 공동 희생의 관계로 맺어졌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턴불 총리도 3일(호주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통화에서 난민 교환협정에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며 자신은 협정을 준수하라고 설득했다고 털어놓았다.
턴불 총리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는 보도는 부인하면서도 트럼프가 "매우 독특한 사람(big personality)"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각국 정상들과 연쇄 통화를 한 트럼프 대통령이 턴불 총리와의 통화 중 "단연 최악"이라며 1시간 정도로 예정됐던 통화를 25분 만에 갑자기 끊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통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호주에서는 경악과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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