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봄을 깨우다' 정유년 탐라국 입춘굿 '덩실'
3∼4일 제주목관아 일원서 '낭쉐코사' '입춘탈굿놀이' 등 펼쳐져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017 정유년 탐라국 입춘굿이 '빛의 씨앗을 품다'라는 주제로 3일 제주목관아와 제주시 원도심 일원에서 막이 올랐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입춘굿 본행사는 이날 오후 제주어로 노래하는 뚜럼브라더스와 민요패 소리왓 등의 공연으로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땅줄타기와 대접 돌리기 묘기인 버나놀이 등 전통놀이 공연도 관덕정 마당에서 함께 펼쳐졌다.
본격적인 입춘굿 행사는 오후 5시 옛 제주성(城)의 동·서쪽에 있던 재물과 복의 신인 동자복(東資福)과 서자복(西資福)에 제를 지내는 '제주성 미륵코사'로부터 시작한다.
미륵코사(고사)는 제주성 안에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올 한해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약식제례다. 동자복과 서자복을 복신미륵(福神彌勒)이라고도 한다.
제주신화에 등장하는 설문대여신과 영등할망, 대별왕, 소별왕, 자청비 등 신상등(燈)과 풍물을 앞세운 길놀이인 '춘등걸궁'이 연이어 진행된다.
이어 서예달인이 대형 붓으로 입춘휘호를 쓰는 서예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정유년 풍년을 기원하는 유교식제례인 '세경제'를 지낸다.
나무로 만든 소인 '낭쉐'를 모시고 고사를 지내는 '낭쉐코사'로 이날 전야제는 마무리된다.
입춘(立春)인 4일에는 입춘굿의 본굿이 제주목관아 망경루 앞마당에서 열린다.
입춘굿 본굿은 제주도큰굿보존회가 제주신화에 등장하는 1만8천 신을 불러 모아 망경루 앞마당에 좌정하도록 하는 초감제와 도액막이, 제주 일년 농사 전 과정을 놀이 형태로 만든 세경놀이굿 등으로 진행된다.
탐라왕이 몸소 쟁기를 끌며 모의농경 의례를 가졌다는 데서 유래한 친경적전(親耕籍田)과 낭쉐몰이가 이어지며 입춘굿 본행사가 절정에 달한다.
입춘날 펼쳐지는 제주 유일의 탈굿 놀이인 입춘탈굿놀이도 함께 선보인다.
시민들은 부대행사로 마련된 전통놀이와 꼬마낭쉐 만들기, 입춘 춘첩 쓰기, 박재동 화백의 얼굴그리기, 전통탈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목관아 주차장과 관덕정 마당 등에서는 단돈 천원으로 국수를 맛보는 입춘천냥국수, 제주향토음식, 입춘주전부리 등 다양한 먹을거리도 준비됐다.
입춘굿은 '신들의 고향' 제주 신들이 역할과 임무가 바뀌는 '신구간'(新舊間)이 끝나고 새로운 신들이 좌정하는 '새 철 드는 날'인 입춘에 민·관·무(巫)가 하나 돼 벌였던 축제다.
탐라시대부터 이어져 왔다는 입춘굿은 일제의 문화말살 정책으로 단절됐다가 지난 1999년 복원됐다. 이후 해마다 열리며 제주의 대표적 민속축제로 자리 잡았다.
b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