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대파견 협박에 멕시코 "美 무기·돈이 마약조직 키워"
멕 대통령실 "美에 안보 지원요청 안해" 해명…비난여론 조기 진화 나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군대 파견 발언이 알려진 이후 국내서 비판 여론이 일 조짐을 보이자 재빨리 진화에 나섰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에서 유입된 불법 무기와 자금이 멕시코 내 마약조직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고 멕시코 국영 뉴스통신 노티멕스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두아르도 산체스 에르난데스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런 이유로 멕시코 군인들이 마약조직과 전쟁을 치르고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기시켰다고 노티멕스에 전했다.
멕시코 정부 공식 집계를 보면 지난 2006년 이후 마약 갱단과의 전쟁으로 12만 명이 숨진 가운데 이 중 군인 사망자가 400명에 달한다.
그는 또 두 정상이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지만, 멕시코가 안보를 위해 미국의 지원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대통령실의 해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니에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위협적인 언사를 구사했다는 보도로 멕시코 정치권 일각에서 비판 여론이 일자 초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설치 문제로 대립 중인 니에토 대통령에게 "'나쁜 놈들'을 막지 못하면 미군을 내려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AP통신 등이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보도 이후 몇몇 야권 멕시코 상원의원들이 엔리케 대통령을 향해 통화 내용을 상세히 공개할 것을 압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니에토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권 침해성 발언에 제대로 항변하지 못하고 당했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의 '먼저 때리고 나중에 타이르는 방식'의 협상 전술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신중론도 정치권 일각서 나왔다. 멕시코 내 여론을 분열시켜 니에토 행정부를 흔들고, 이를 통해 대미 협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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