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대선판 野로 기울자 민주·국민의당 '주도권 다툼' 격화
호남민심·야권통합 놓고 티격태격…조기대선 겨냥 기선잡기 경쟁
국민의당, 文이 영입한 전윤철 윤리위원장 내정했다가 헛물켜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 민심과 야권통합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재개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국민의당 중심의 제3지대 개편론에 탄력이 붙은 상황에서 제1, 2야당 간 전선에 불꽃이 튀는 형국이다.
본격적인 공방은 2일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야권통합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선제적인 야권통합 제안을 통해 국민의당이 모색 중인 제3지대 구축의 명분을 약화하고 조기대선을 겨냥해 기선을 제압하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졌다.
더구나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기로 가닥을 잡아 국민의당의 허를 찔렀다.
특히 국민의당은 전 전 감사원장을 전날 윤리위원장으로 내정하고 당직자들에게 공지까지 한 상황에서 문 전 대표 캠프 합류 소식이 알려져 체면을 잔뜩 구겼다.
여기에 민주당은 당헌 당규상 탈당자가 1년간 당에 돌아올 수 없지만, 특별히 예외기간을 둬 수만 명 이상의 당원을 일시에 복당시키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으로 탈당한 당원들을 다시 끌어안겠다는 복안이다.
전 전 감사원장이 호남 출신인 데다, 국민의당 당원의 절반 정도가 호남 지역이어서 사실상 호남민심 쟁탈전에서 기선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이 같은 전방위적인 공세에 국민의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야권통합 및 후보단일화 공세에 곤욕을 치른 끝에 돌파했던 국민의당은 "당을 흔들려는 모략"이라고 받아쳤다.
박지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인위적인 밀실에서의 야합이 아니라 결선투표제로 국민에게 떳떳하게 심판받자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지금 하는 것은 상당히 구정치이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정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 전 감사원장의 문 전 대표측행에 대해 "전 전 감사원장이 저와 통화도 했고 그런 의사를 피력했는데. 국민의당 당적을 보유하지 않고 있고 정치활동을 하는 분이 아니어서 당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당 내에서는 전 전 감사원장이 윤리위원장으로 내정된 상태에서 문 전 대표 캠프로 합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뒤숭숭한 분위기를 보였다.
국민의당은 전 전 감사원장을 윤리위원장으로 내정하고 그에게 요청했으나, 전 전 감사원장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탈당 당원 끌어들이기와 관련,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최근 6개월간 3만 명의 국민의당 당원이 탈당해 민주당으로 입당했다고 언론플레이를 했다"면서 "최근 6개월간 입당 당원은 10여만명인데 탈당한 당원은 2천명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를 상대로 각각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민주당 정진우 부대변인은 안 전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는 데 대해 "원내대표나 대표의 유고 상황도 아닌데 왜 뜬금없이 안철수 의원이 하느냐"라며 "별 이유 없이 지도부가 안 의원의 대표연설에 동의했다는 것을 보면 도대체 어디가 패권정당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유력한 후보들이 속속 출마를 접는 것을 보면서 이번 대선이 최선의 후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졸속선거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면서 "촛불의 민심이 헛되지 않고 차악이 아닌 최선의 후보, 국민의당 후보가 선출될 수 있도록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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