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광고 외부 노출 안되는데'…학교 인근 소매점 배짱 영업

입력 2017-02-03 07:00
'담배광고 외부 노출 안되는데'…학교 인근 소매점 배짱 영업

편의점 95%·슈퍼마켓 63%, 담배광고 외부노출 금지 규정 위반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초·중·고교 인근에 위치한 담배 판매점 대다수가 담배광고의 외부 노출을 금지한 현행 법규를 무시한 채 영업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산대 근처에 조명 등을 이용해 눈에 잘 띄게 설치된 담배광고는 청소년들이 흡연을 시작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외국 소매점에서는 광고는 물론 진열까지 금지하는 곳도 많다.





3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담배 소매점의 담배광고 현황, 문제점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11월 초 전국 1천127개 초·중·고교 인근에 있는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담배 소매점 2천800여 곳을 현장 조사한 결과, 82.7%가 담배광고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소매점의 담배광고는 매장 안에서만 표시판, 스티커, 포스터 등을 통해 할 수 있고, 외부에서는 그 광고물이 보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학교 출입문에서 200m 이내에 있는 소매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1천690곳의 편의점 중 95.3%인 1천611곳이 매장 바깥에서도 내부의 담배광고가 보이도록 전시하고 있었다.

일반 슈퍼마켓 1천047곳 중 27곳은 담배광고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머지 1천20곳 중 647곳(63.4%)은 외부에 담배광고를 노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편의점의 담배광고 개수는 평균 20.8개로 2015년(16.8개)에 비해 4개나 늘었다. 이는 또 소매점 전체 평균 15.7개보다 5개 이상 많은 것이다.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군것질 제품과 담배광고의 거리가 50㎝도 되지 않는 곳이 91.1%였다.

소매점의 담배 광고물에는 '특별한', '센스 있게', '자신 있게', '럭셔리', '업그레이드', '완벽함', '탁월한', '부드러운', '상쾌한', '시원하게', '독특한' 등 긍정적인 표현들이 사용됐다.



소매점 광고가 청소년이 흡연을 시작하는 가능성을 높인다는 해외 연구 사례들은 많다.

담배 소매점과 접근성이 높을수록 청소년의 흡연 가능성도 높아지고, 담배 소매점을 자주 방문하는 청소년은 담배광고와 브랜드를 잘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는 이후 흡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흡연하지 않는 청소년이 담배 소매점을 자주 방문해 광고에 노출되면 흡연을 시작할 확률이 78%나 증가했다.

실제 홍콩과 방글라데시, 아르헨티나, 칠레, 스리랑카 등은 소매점 내 담배광고를 금지하고 있으며, 호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태국, 네팔 등에서는 광고는 물론, 담배를 진열도 할 수 없다.

보고서는 청소년은 물론 비흡연자와 흡연자 모두를 위해 흡연 욕구를 자극하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담배광고를 모든 소매점에서 금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올해 학교 출입문에서 50m 이내인 절대정화구역에서는 담배광고를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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