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전경련 "대통령 강요로 기금 모금"…헌재에 회신

입력 2017-02-02 16:39
'딜레마' 전경련 "대통령 강요로 기금 모금"…헌재에 회신

'피해자' 논리…하지만 특검은 일부 대기업 '뇌물공여' 수사

대통령측 요청해 조회…국회측 "활용할 것"…심판 영향 주나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기금모금 과정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헌법재판소에 '기금 모금은 대통령의 거부할 수 없는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헌재를 통해 요청한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문을 통해서다. 대통령 측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낸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앞서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 대통령과 공모해 50여개 대기업이 총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도록 했다고 봤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검찰의 '피해자' 논리와 달리 삼성, SK, 롯데 등 일부 대기업은 '뇌물공여'가 의심된다며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집합체인 전경련은 각 기업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의견을 회신한 것으로 관측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두 재단에 '거부할 수 없는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기업들이 기금 출연했다'는 내용의 사실조회 회신문을 1일 헌재에 제출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달 13일 헌재에 삼성 등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 49곳과 전경련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한 바 있다.

이후 헌재가 대통령 측 신청을 받아들여 전경련 등에 사실조회를 요청했고, 이번에 답변이 접수됐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직인이 찍힌 회신문은 대리인단의 두 가지 질의에 대한 답변 내용이 간략히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 모금이 강요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전경련은 '대통령의 강요에 기업들이 기금을 출연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구체적으로 ▲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불러 재단 설립 및 기금 모금에 대해 직접 요청했고 ▲ 총수들은 설립 취지에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으며 ▲ 재단의 정관과 재산구성 비율, 사무실과 사무국 등을 대통령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또 전경련이 100억 이상의 기금을 모아 재단을 설립한 사례가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도 '미르·K스포츠 재단 외에는 사례가 없다'고 답신했다.

회신문은 향후 탄핵심판 변론과정에서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측 관계자는 "대통령 측이 무더기 사실조회 신청으로 분위기를 전환해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자살골을 넣은 격"이라며 "전경련의 회신문이 헌재의 공식 요청으로 제출된 만큼 국회는 우리에게 유리한 내용이라고 보고 원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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