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농단' 수사 윗선 향하나…'靑-김영재' 뒷거래의혹 추적(종합2보)
각종 특혜 배후에 '최순실 인맥' 작용…朴대통령 역할 주목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 참고인 조사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의료 농단'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사건 관련자들의 '검은 거래'도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특검은 1일 '비선 진료'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 부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일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박 대표는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측에 현금 2천500만원과 고가의 가방 등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김영재의원이 안 전 수석 부인에게 무료로 성형 시술을 해 준 것도 영장 피의사실에 포함됐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의료용품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은 2015년 의료용 특수 실 개발 과제로 정부로부터 15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았다.
특검은 박 대표와 안 전 수석 사이에 오간 금품이 R&D 과제 수주 등의 대가로 판단하고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안 전 수석 역시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애초 비선 진료 및 의료특혜 의혹을 조준했던 특검 수사가 청와대와 김 원장 부부 사이의 '뒷거래' 의혹으로 확대된 셈이다.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김 원장 부부를 비호하거나 뒤를 봐준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은 곳곳에 있다.
청와대는 안 전 수석 등을 통해 성형외과 전문인 김영재의원의 중동 진출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컨설팅업체는 보복성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질된 것도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김 원장이 전문의 자격 없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외래교수로 위촉된 것 역시 청와대발 '특혜'로 꼽힌다.
김 원장 부부가 이처럼 각종 혜택을 받은 배경에 박근혜 대통령과 '40년 지기'인 최순실씨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최씨는 김영재의원의 '단골손님'으로 김 원장 부부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최씨를 매개로 김 원장 부부와 청와대가 연결됐다고 특검은 본다.
이런 차원에서 박 대통령 역시 이번 일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안 전 수석이 독단적으로 움직였다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김 원장 부부의 뒤를 봐줬을 것이라는 게 더 합리적인 설명이라는 것이다.
특검도 박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뒤 안 전 수석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닌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 부부가 이른바 '보안손님' 자격으로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며 비선으로 박 대통령을 진료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에도 특검은 주목하고 있다.
김 원장 부부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 7시간 행적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로도 주목받고 있어 특검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특검은 1일 김 원장 부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앞서 서울대병원 노조는 오 전 원장이 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2월 '김영재 봉합사'의 등록을 성형외과에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오 전 원장은 작년 8월 안 전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과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을 지원을 논의하는 식사 자리에 참석하기도 했다.
특검 관계자는 "향후 수사가 사적인 금품 거래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박 대표의 구속 여부는 3일 오전 10시 30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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