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느낀 MLB "확실히 좋은 선수 많고 잘한다"
(영종도=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박병호(31·미네소타 트윈스)가 2016시즌을 앞두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됐을 때 미국 언론은 이런 표현을 썼다.
'그는 KBO리그에서 비디오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성적을 거뒀다.'
실제로 그랬다.
넥센 히어로즈 소속이던 2014년 타율 0.303, 52홈런, 124타점, 126득점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더 발전해 타율 0.343, 53홈런, 146타점, 129득점이라는 비현실적인 성적을 남겼다.
이런 그가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자존심을 단단히 구겼다.
2016시즌 초반 박병호의 엄청난 비거리와 타구 속도는 미네소타 구단을 넘어 메이저리그 전체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세계 최정상급 투수들의 빠른 공에 애를 먹었고 부상까지 당했다.
박병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타율 0.191(215타수 41안타), 12홈런, 24타점에 그쳤고,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그는 2017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한 시즌 몸소 체험한 메이저리그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공식 인터뷰 후 몇몇 기자와 만난 박병호는 "좋은 선수가 많다. 확실히 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투수들의) 직구 구속이 우리나라 선수보다 빠르고 공의 움직임도 다르다"며 "직구 타이밍을 못 맞춰서 삼진도 많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한국보다 냉정하다. 오로지 실력을 보기 때문에 못 하면 그만이고, 잘하면 아무리 어려도 대접받는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고전했지만, 함께 KBO리그에서 뛴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비교적 연착륙했다. 넥센 동료이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이미 안정적인 주전 3루수로 발돋움한 상태다.
박병호도 이를 잘 안다.
그는 "(메이저리그 수준이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와중에 첫해부터 잘한 선수도 분명히 있다. 내가 많이 약했던 것 같다"며 "내 실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를 둘러싼 상황은 만만치 않다.
케니스 바르가스는 박병호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면서 빅리그에 콜업돼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박병호를 영입한 테리 라이언 단장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병호는 "지난해보다 입지가 매우 좁아졌지만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며 "마음의 준비는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시즌을 마치고)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한국으로) 돌아올게요"라며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ksw0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