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정부군-친러 반군 교전 격화…트럼프에 '시험대' 되나

입력 2017-02-02 10:50
우크라 정부군-친러 반군 교전 격화…트럼프에 '시험대' 되나

"對美 영향력 확인하려는 푸틴의 함정"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최근 격화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력을 시험하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맞서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 양측 모두 이번 교전을 미국 행정부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도구로 사용하려 한다는 점에서다.

러시아가 최근 2014년 민스크 평화협정 당시 금지키로 합의한 무기류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공습을 강행한 것도 이런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동안 잠잠했던 우크라이나 사태는 최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첫 통화를 한 직후 다시 격화하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카 지역에는 러시아가 지원하는 분리주의 반군의 공습이 이날까지 이어져 정부군 6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반군 쪽도 상당한 전력 손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간인 피해도 속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희망자에 한해 주민을 이주시키고 있지만, 어린이를 제외한 대부분은 평생을 보낸 고향에 남기를 희망해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2만 명 가까운 주민이 혹한 속에 식수와 난방 공급이 중단된 채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교전이 진행 중이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인도주의의 참극'이 예상된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여름 이후 처음으로 다연식 로켓포(MLRS)인 '그라드'(Grad)가 공습이 사용돼 눈길을 끈다.

이 로켓포는 탱크, 중포와 함께 2015년 민스크 평화협정 당시 사용을 금지한 무기류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정교한 계산 하에 이런 무기를 다시 꺼내 들었다고 보고 있다.

안보분석기관인 IHS 제인의 알렉스 코크차로프 연구원은 "러시아가 미국의 새 행정부에 이번 분쟁의 통제권을 쥐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며 최근의 교전 확대 양상은 러시아의 보여 주기용 '쇼'라는 해석을 내놨다.

코크차로프는 더 넓게 보면 군사·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해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다시 수면 위에 떠오르게 함으로써 '피해자'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밀월 관계를 보이며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력합병 후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가 완화될 조짐을 보이는 점도 우크라이나에는 부담이다.



영국 킹스 컬리지의 유럽지역학 강사인 알렉산더 클락슨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공습을 싫어하지 않는 듯한 인상이 든다"면서 "(러시아 덕에)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는 배신이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꼬집었다.

클락슨은 또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관계 증진을 논의한 상황에서 이번 공격에 어떤 행동을 취할지를 보기 위한 푸틴 대통령의 함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전 정권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즉각적인 교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으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부에 대한 비판은 언급하지 않았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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