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로힝야 난민, 미얀마-방글라 '떠넘기기' 공방에 전전긍긍
방글라 '섬 격리' 초강수에 미얀마 '나 몰라라' 무시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에서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들이 양국의 '떠넘기기' 공방 속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방글라데시가 30만 명에 육박하는 자국 내 로힝야족을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에 격리하겠다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지만, 미얀마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2일 보도했다.
방글라데시는 최근 미얀마에서 자국으로 도피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급증하자, 이들을 자국민들과 격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방글라데시 내각청은 최근 로힝야족 난민을 미얀마로 송환하기에 앞서 남동부 노아칼리 지구의 하티야섬 인근 텐가르 차르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텐가르 차르는 매그나 강의 퇴적물이 바다에 쌓여 형성된 일종의 '하중도'로 지도상에는 나타나지도 않은 섬이다.
인근 해상에 파도가 높아 겨울철에만 제한적으로 접근이 가능해 해적들이 들끓는 데다, 몬순 강우가 시작되면 홍수가 빈발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다.
이런 섬에 수용소를 짓고 난민을 이주시키겠다는 것은 로힝야족 난민 문제를 방관해온 미얀마 정부에 대한 일종의 압박 수단으로 읽힌다.
그동안 23만여명의 난민 처리 문제로 고심해온 방글라데시는 미얀마군의 '인종 청소' 논란 속에 6만6천명의 난민이 추가로 유입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을 이용해 미얀마에 난민을 데려갈 것을 강권하는 것이다.
샤리아르 알람 방글라데시 외무담당 사무차관도 "모든 측면을 고려해 그들(난민)을 섬으로 이주시키는 결정을 했다. 그들에게 생계를 위한 가축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방편"이라며 "미얀마는 그들을 데려가야 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나 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에서 온 불법 이민자로 취급해온 미얀마는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섬에 난민을 가두든 말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얀마 외무부의 아예 아예 소 부국장은 AP통신에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하든 우리의 의견은 필요 없다. 우리나라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에게 우리와의 협의는 필요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미얀마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미얀마 출신이라는 게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로힝야족 난민은 여건이 열악한 섬에 격리되는 것을 불안해하면서도, 자신들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미얀마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콕스 바자르의 미등록 로힝야족 난민을 대표하는 아부 바카르 시디크는 "우리의 권리만 보장된다면 솔직히 미얀마로 돌아가고 싶다"며 "그렇지 않다면 방글라데시 정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다른 선택이 없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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