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EU주재 英대사 "탈퇴협상 초반은 위자료에 잠식될 것"(종합)
로저스 "EU 우선순위는 위자료…공개 욕설과 공격적 분위기 예상"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오는 3월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초반은 이른바 '이혼위자료'에 잠식될 것이라고 전 EU 주재 영국대사가 내다봤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반 로저스 전 대사가 자사와 한 인터뷰에서 EU는 브렉시트가 EU 예산에 "폭탄을 터트렸다"고 생각한다면서 400억~600억파운드의 '이혼 위자료'를 내라고 고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저스 전 대사는 영국의 분담금 약속으로 이뤄진 상당한 EU 예산이 브렉시트로 2014~2020년 EU 예산에 "커다란 구멍을" 만든다고 말했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중·동유럽 회원국들은 EU 예산으로 지원되는 프로그램들에서 12% 예산 축소에 직면하게 되고 독일이나 프랑스는 이 구멍을 메워야 하는지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돈 문제는 너무 민감한 탓에 브렉시트 협상이 교착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EU는 위자료 문제를 영국이 원하는 유럽사법재판소(ECJ) 독립 문제와 연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 입장에선 EU 예산에 큰 구멍을 뜻하는 이혼위자료를 협상 지렛대로 삼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앞서 로저스 전 대사는 이날 의회 브렉시트위원회에 출석해 "브렉시트 협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아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례 없는 거대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를 상대로 한 협상 경험이 가장 풍부한 영국인 관리로 꼽히는 로저스 전 대사는 영국-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2017년 늦게나 시작할 수 있고 EU 전 회원국 의회와 지방의회의 비준은 2020년대 중반에 가능할 것이라고 총리실에 보고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브렉시트 강경파로부터 거센 사임 압박을 받은 가운데 자진 사임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EU 모든 기관과 핵심 회원국의 고위급에서 내가 들은 얘기들을 보고한 것"이라며 "내가 대화를 나눈 고위급 인사들 가운데 이런 견해와 다른 이를 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양측 협상은 상대를 공개적으로 욕하거나 지극히 공격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협상이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테리사 메이 총리가 추구하는 포괄적 FTA는 EU가 이제까지 협상한 것 중 가장 포괄적인 것이 될 것이라며 EU가 이전에 타결한 협정들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이 보기에 EU 27개 회원국의 우선순위는 이른바 '이혼 위자료', EU 내 영국 국적자 및 영국 내 EU 국적자들의 권리 보호, EU 기구들의 소재지, EU와 영국이 서명한 국제협정의 문제, 협정 타결 후 일정 기간 시행을 유보하는 이행 협정 등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EU 협상대표는 이혼 위자료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우선 다뤄져야 한다면서 영국이 이미 부담키로 약속했던 분담금을 포함해 이혼 위자료는 600억파운드 정도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영국 정부가 오는 3월말까지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해 EU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면 양측은 2년간 브렉시트 협상을 벌이게 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와 통상관계에 관련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하고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영국 하원은 정부가 제출한 50조 발동 승인안을 논의하고 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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