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선 불출마에 정치테마주 '대혼돈'(종합2보)

입력 2017-02-02 15:53
수정 2017-02-02 15:54
반기문 대선 불출마에 정치테마주 '대혼돈'(종합2보)

전날 시간외거래량 작년 브렉시트 이후 최대

반기문株 대거 폭락…거래소 "집중 감시" 경고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돌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 바람에 소위 정치테마주들이 대거 폭락하는 등 혼돈에 빠졌다. 투자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는 물론이고 대선 유력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과 관련한 테마주들이 죄다 요동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장 마감 후 반 총장의 대선 포기 선언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테마주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져 시간외거래시장에서 앞다퉈 주식 투매에 나섰다.

전날 시간외 거래대금은 783억5천만원으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충격이 가해진 작년 6월 24일(657억7천만원) 이후 최대치였다.

지엔코[065060], 큐로홀딩스[051780], 씨씨에스[066790], 광림[014200], 성문전자[014910], 파인디앤씨[049120] 등 반기문 테마주 대부분은 2일 개장하자마자 줄줄이 하한가로 직행, 폭락 사태를 맞았다.

이들 반기문주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밟는 와중에도 지지율이 높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최근 약세를 면치 못했다.

'대장주' 지엔코는 반 전 총장의 귀국을 전후해 줄곧 미끄럼틀을 탔다. 지난달 10일 8천670원이던 주가는 1일 5천30원으로 41.98%나 내렸다.

역시 같은 기간 42.75% 급락한 광림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지난달 31일 주가 변동과 관련한 조회공시요구를 받기도 했다.

광림은 최근 주가급락과 관련해 "중요 정보가 없다"면서도 "반 전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 씨가 1일부로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공시했다.

기업의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급락을 반복하자 대선 관련 정치테마주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황교안 권한대행 등 다른 대선주자들 관련주도 주가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전날만 해도 일부 종목은 상승 마감했던 문재인 테마주들은 이날 반기문 테마주와 동반 급락하는 운명을 맞았다.

우리들제약[004720]과 우리들휴브레인[118000]이 5.43%, 3.98%씩 하락한 가운데 고려산업[002140]도 7.66%나 내렸다.

최근 주가가 크게 올랐던 DSR제강[069730]과 DSR[155660]은 차익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나란히 12%대 급락세로 마감했다.

비상근 등기임원이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의 법률 자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성파인텍[104040]은 그나마 4.93% 올랐다.

반면 황교안 권한대행 테마주에 묶이며 최근 급등한 인터엠[017250](9.93%)과 디젠스[113810](9.15%)는 이날도 나란히 크게 올라 눈길을 끌었다.

안희정 테마주로 불리는 KD건설[044180]과 SG충방은 각각 11.08% 급락, 24.20% 급등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는 반기문 전 총장의 돌연 사퇴로 정치테마주들이 또 한 번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감시 태세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

대선 관련 정치테마주 등 이상 급등 종목들이 재급등하면 운영하기로 한 비상시장감시 태스크포스(TF)도 필요하면 가동할 방침이다.

또한, 이르면 다음달 중순부터 단일가 매매나 긴급 투자자 경보(Investor Alert) 발동 등 각종 예방조치도 시행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모니터링 대상에 오른 정치테마주들을 꾸준히 감시하고 있다"며 "이들 종목이 폭등하는 현상이 발견되면 금융당국과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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