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선 불출마에 정치테마주 '대혼돈'(종합)
전날 시간외거래량 작년 브렉시트 이후 최대
반기문株 대거 폭락…거래소 "집중 감시" 경고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일 돌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 바람에 소위 정치테마주들이 대혼돈에 빠졌다. 투자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른바 '반기문 테마주'는 물론이고 대선 유력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과 관련한 테마주들이 죄다 요동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밝혔다.
장 마감 직후 반 총장의 대선 포기 선언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테마주 투자자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한 푼이라도 잃지 않으려고 바로 시간외거래시장으로 달려갔다. 전날 시간외 거래대금은 783억5천만원으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충격이 가해진 작년 6월 24일(657억7천만원) 이후 최대치였다. 이날 증시에선 지엔코[065060], 큐로홀딩스[051780], 씨씨에스[066790], 광림[014200], 휘닉스소재[050090] 등 반기문 테마주들이 개장하자마자 줄줄이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들 반기문주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해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밟는 와중에도 지지율이 높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최근 약세를 면치 못했다.
'대장주' 지엔코는 반 전 총장의 귀국을 전후해 줄곧 미끄럼틀을 탔다. 지난달 10일 8천670원이던 주가는 1일 5천30원으로 41.98%나 내렸다.
역시 같은 기간 42.75% 급락한 광림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지난달 31일 주가 변동과 관련한 조회공시요구를 받기도 했다.
광림은 최근 주가급락과 관련해 "중요 정보가 없다"면서도 "반 전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씨가 1일부로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공시했다.
기업의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급락을 반복하자 대선 관련 정치테마주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으로 풀이된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황교안 권한대행 등 다른 대선주자들 관련주는 다시금 주가가 널뛰기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문재인 테마주는 종목별로 등락이 엇갈리고 있다.
2일 오전 10시 45분 현재 우리들제약[004720]과 우리들휴브레인[118000]은 나란히 반등세, 비상근 등기임원이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의 법률 자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성파인텍[104040]은 10.49% 급등세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DSR제강[069730]과 DSR[155660]은 '반기문 효과'를 보지 못하고 각각 3~4% 내려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 테마주에 묶이며 최근 급등한 인터엠[017250]은 이날도 12%대 급등세다.
안희정 테마주로 불리는 KD건설[044180]과 SG충방 역시 10% 이상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반기문 전 총장의 돌연 사퇴로 정치테마주들이 또 한 번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감시 태세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
대선 관련 정치테마주 등 이상 급등 종목들이 재급등할 경우 운영키로 한 비상시장감시 테스크포스(TF)도 필요하면 가동할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2일 "모니터링 대상에 오른 정치테마주들을 꾸준히 감시하고 있다"며 "이들 종목이 폭등하는 현상이 발견되면 거래소의 모든 부서가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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