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민단 '부산 소녀상 철거' 주장에 배후 논란
주일대사 "재일동포 목소리내야" 언급 두고, 영향력 행사 지적 나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재일본대한민국민단(재일민단) 중앙본부의 부산 소재 일본총영사관앞 소녀상 철거 주장에 이준규 주일 한국대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재일민단 관계자에 따르면 재일민단은 지난달 17일 도쿄의 주일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했고, 대사관 측은 이를 대사관 페이스북을 통해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그러나 재일민단이 건의서를 제출하기 10여 일 전에 이 대사와 만났고, 그 자리에서 이 대사가 재일동포들의 목소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사는 지난달 6일 재일민단과 주일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 재일본한국인연합회(한인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신년인사회에서 "직접 피해당한 여러분이 뭔가 소리를 내주셔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 대사의 발언이 재일민단의 소녀상 철거 주장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양측 모두 주장하나, 논란으로 비화했다.
특히 재일민단이 올해만도 재외동포재단의 '동포단체 활성화 사업' 예산 180억 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0억원을 지원받고 있다는 점에서 재일민단이 주일한국대사관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 대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단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일관계로 인해 민단이 아픈 부분이 있으며 의사 표현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공태 재일민단 중앙회 단장은 "한일갈등이 오래 이어지면 재일동포의 삶이 너무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달라는 뜻에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생각을 밝힌 것이지 대사관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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