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1등 공신 美러스트벨트도 "이민 노동자 필요하다"

입력 2017-02-01 16:56
트럼프 당선 1등 공신 美러스트벨트도 "이민 노동자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 명령이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을 받는 가운데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이 몰려있는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이른바 '러스트 벨트'도 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러스트벨트는 미시간, 오하이오 등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들로, 과거에는 호황을 구가했으나, 지금은 제조업의 사양화로 불황을 맞거나 불황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역들이다. 지난 대선 기간에 핵심 승부처로, 백인 중산층 노동자가 막판 대결집을 통해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분 인구 축소에 따르는 노동력 감소로 인해 경기 침체를 이미 맞았거나, 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외국인 이민자들을 유치하는 곳들이다.

이 때문에 러스트벨트에서는 공화계와 민주계를 막론하고, 관리와 주의회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장악하고 있는 곳들은 정치, 도덕적 이유를 내세워 반이민 정책을 규탄하는 것과 달리, 러스트벨트 지자체장들은 경제적 이유를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미시간주 트로이, 캔자스주 가든 시티 등의 공무원들은 이민자나 난민 유치가 지역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난민과 이민자들은 인구 감소를 막고, 노동력과 기술을 제공할 뿐 아니라 새로운 기업가적 노하우를 불어넣음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든 시티 시 위원인 재닛 돌(공화당)은 "여기 이민자들은 우리 사회의 생산적 구성원이다"며 "그들은 좋은 일자리를 갖고 있고, 지역사회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러스트벨트의 많은 주와 시 당국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5~8년 동안 꾸준히 작업해 왔다. 제조업 축소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고, 인구 감소 추세를 정지시키기 위해서다.

미시간 주는 이민자와 난민을 지원하고, 이들을 지역 경제에 통합하기 위해 전문 기관들을 설립하기도 했다. 미시간주 정부는 공화계가 장악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캘리포니아주를 제외하고는 미국 주 중 가장 많은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였다.



미시간 주 지자체 중에서 시리아 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트로이의 공화당 소속 주의회 의원인 마틴 하우리락은 트럼프의 반 이민 정책이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트로이 주민의 30%는 외국계다. 그는 반이민 행정 명령 이후 "주민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하고 있으나 사기가 매우 떨어졌고, 두려움은 커졌다"며 "이는 우리 경제에 매우 큰 해악을 끼친다"고 염려했다.

최근 연구 결과는 이민자, 난민, 특히 시리아 출신들이 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보여줬다.

재정정책연구소와 미국진보센터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이민자 9만 명 중 11%는 기업주들이었고, 이들의 평균 연봉은 5만2천 달러(한화 약 6천만 원)였다. 미국 국민 중 본토 출생자의 3%만 기업주이고, 이들의 평균 연봉이 4만5천 달러인 것과 대비된다.

콜럼버스 시가 2015년에 용역을 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콜럼버스 지하철 인근 지역의 난민 출신 기업가들은 873명이었으며, 이들은 3천960명을 고용하고, 지역 경제에 약 6억 달러 상당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럼버스 시의 앤드루 긴서 시장은 "(반이민 정책은) 이민자와 미국의 새 시민들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성장 기여도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콜럼버스 시가 25년 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을 구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해 난민 8만5천 명을 받아들였다. 이 중 1만2천500명이 시리아인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는 난민을 5만 명만 수용할 것이며, 시리아인들은 한 명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런 감축이 미국인에 대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1년 9ㆍ11 사태 이후 미국에서 테러 혐의로 기소된 180명 중 트럼프가 이민을 금지한 7개국 출신은 11명에 불과했다. 또 이 11명 중 누구도 미국인 피살과는 무관했다.

미국에 들어오는 시리아 난민들은 최고 강도의 심사를 거쳐야 하며, 이는 길게는 몇 년씩 걸린다.

가든 시티의 돌 위원은 "이렇게 다양한 이민자들이 어떻게 한 데 어울려 지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여기 있는 일자리를 메우기 위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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