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최고재판소, 인터넷 '잊힐 권리'기준 첫 제시

입력 2017-02-01 16:19
일 최고재판소, 인터넷 '잊힐 권리'기준 첫 제시

"프라이버시 보호의 이익이 표현의 자유보다 명백히 앞설 때" 삭제요구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프라이버시 보호의 이익이 인터넷 검색사이트 표현의 자유보다 명백히 앞설 때는 해당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인터넷 보급과 관련, 자주 거론되는 '잊힐 권리'에 대한 일본 최고재판소의 첫 기준제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고재판소는 체포 경력이 있는 남성이 체포 당시 기사를 삭제해 달라며 구글을 상대로 제기한 사법처리 기록삭제 가처분 청구에 대해 해당 정보를 사회에 제공하는 자유보다 프라이버시 보호가 우선될 경우에는 정보삭제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소송은 6년 전인 2011년 아동매춘 등의 혐의로 체포돼 50만 엔의 약식명령을 받은 남성이 체포 당시 기사가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것은 인격권 침해라며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서 비롯됐다.



1심 법원인 사이타마(埼玉) 지방법원은 2015년 12월 판결을 통해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범죄에 관해 사회로부터 '잊힐 권리'가 있다"며 구글 검색 결과에 표시된 이 남성의 체포 기사 49건에 대해 삭제 명령을 내렸다.

반면 2심법원인 도쿄 고법은 "사건 발생 5년이 지났어도 체포됐던 정보의 공공성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검색 결과를 삭제하면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엇갈린 판결을 했다.

최고재판소는 지난달 31일 자 판결에서 "검색사업자는 표현행위의 측면을 갖는다"면서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상 정보유통의 기반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어 검색 결과를 삭제하는 것은 이 역할을 제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색 결과라는 표현행위에 의한 이익에 비해 체포 경력 등 프라이버시에 관한 사실을 공표 당하지 않을 개인의 이익이 명백히 앞설 경우에는 삭제가 용인된다고 밝혔다.

최고재판소는 그러나 "아동매춘은 벌칙으로 금지돼 있고 사회적으로 강한 비난의 대상이며 지금도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삭제할 수 있는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최고재판소는 표현행위에 의한 이익과 개인의 프라이버시 이익을 비교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로 △사실의 성질과 내용 △공표로 인해 받게 될 피해 정도 △삭제를 요구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 △기사의 목적과 의의 등을 들었다.

최고재판소는 그러나 판결문에서 '잊힐 권리'를 언급하지 않아 이번 판결은 프라이버시 권 등 이미 인정되고 있는 권리를 토대로 판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고재판소는 이와 함께 구글과 야후를 상대로 몰카 촬영으로 체포된 경력 등의 삭제를 요구하며 남성 3명이 제기한 4건의 소송도 기각해 검색 결과 삭제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고법판결이 확정됐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