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지킨 지 400일…국정교과서가 역사 지우려 해"
소녀상 지키기 대학생 노숙농성 400일 맞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우리가 설에도 집에 안 가고 지킨 이 소녀상은 동상이 아니라 역사입니다. 역사를 대통령 한 명이 지운다는 게 말이 됩니까."
1일 정오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최로 열린 1천268번째 수요시위에서 '소녀상 지키는 대학생 공동행동' 대표 최혜련(23)씨가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를 비롯한 대학생들이 같은 장소에서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노숙농성을 벌인 지 이날로 400일째다. 이들은 소녀상 철거 가능성을 시사한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수장 합의 이틀 뒤부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최씨는 "우리가 다시 겨울을 맞을 줄 몰랐다"면서 "일본이 10억엔으로 역사를 지우려 한다는데 아무 말도 못 한 이 정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로 또 이 역사를 지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매국적이고 졸속이었던 한일 합의가 폐기되고 소녀상을 철거하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때까지 농성장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시위에서는 최씨처럼 전날 확정본이 발표된 국정 역사교과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됐다.
한국염 정대협 공동대표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1천번째 수요시위를 기해 소녀상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들어갔다는데, 역사교과서에는 그렇게 쓰면서 일본이 원하니 소녀상을 철수시키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시위에 참가한 무소속 윤종오 의원도 "잘못 쌓은 적폐를 해소하고 굽은 건 펴서 역사를 바로 세울 책무가 우리한테 있다"면서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에 면죄부 주는 국정교과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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