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충청권 블랙홀?' 전입자 61%가 대전·충남북 출신
공공기관 이전 마무리…'충청권 빨대 효과' 계속될 듯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세종시가 인근 대전, 충남, 충북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건설 목적이 수도권 과밀 해소인 점을 감안할 때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의 몸집 불리기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지역 인구는 24만6천792명으로 전년에 비해 15.1% 증가했다.
지역 인구 성장률은 세종시로의 공공기관 3단계 이전이 완료된 2014년 전년보다 27.8%나 급증한 데 이어 2015년에도 35.1% 늘어 21만884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세종시의 인구 성장은 인근 대전, 충남, 충북 인구를 흡수하는 이른바 '빨대 효과'에 기인한 바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세종시로 전입한 인구에서 전출자를 뺀 순이동 인구(2만9천816명)의 전출지를 보면 대전이 1만2천969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3천693명), 서울(3천131명), 충북(2천918명), 충남(2천517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권역별로 보면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이 전체 순이동 인구의 61.7%를 차지했으며, 수도권이 22.8%로 뒤를 이었다.
출범 초기인 2013년의 순이동자 수 비율은 수도권이 50.7%로 가장 많았고, 충청권이 37.8%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2014년 충청권이 57.3%로 수도권(33.9%)을 처음 앞지른 뒤 2015년에도 충청권이 전체 순이동 인구의 64.7%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전입 사유도 점차 '직업'에서 '주택'으로 옮겨가는 경향을 보인다.
2013년에는 직업이 41.3%로 가장 많았고 주택(23.7%), 가족(20.8%) 등의 순이었지만, 2년 뒤 조사에는 주택 때문에 세종시로 이사했다는 응답이 37.6%로 처음으로 직업(30.4%)을 앞질렀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정부부처 4단계 이전이 끝나 대부분의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된 만큼, 직업 때문에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무원 수는 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세종시 아파트의 거주자 우선분양 물량이 절반으로 감소함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이 많아진 만큼, 충청권 인구 유출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과밀을 억제하기 위한 세종시 본연의 역할을 생각할 때 이처럼 인근 지자체의 인구를 흡수하는 추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서울·경기 지역 인구를 끌어오려면 명실상부 행정수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국회 등을 이전하고 기업 유치 자족기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윤준상 공주대 지역개발학과 교수는 "인근 자치단체가 아닌 수도권 인구가 분산돼야 본래의 균형발전 기능을 실현할 수 있다"며 "국회나 헌법재판소 등 권력기관을 이전해야 세종시 공무원들이 서울로 자주 출장을 가는 지금과 같은 비효율적인 상황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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