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협정 재협상한다면 자동차 0순위…대응방안 필요"(종합)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한미FTA 전체 재협상 가능성 크지 않다"
"미국의 직접적 행동보다는 국제통상 불확실성이 한국에 더 큰 부담"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이대희 기자 =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자동차 등 대미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큰 분야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명지대 교수, KDI 규제연구센터 제도연구실장,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다자통상 연구자문위원, 국제통상학회 이사, 국제통상연구 편집부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인 통상분야의 권위자다.
이 교수는 한국의 전체 상품수지 중 대미 상품수지의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한국이 미국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따른 국제 통상환경 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대해서는 오히려 미국 내 고용감소, 기업 경쟁력 하락 등을 초래해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 "보호무역을 통한 성장률 제고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
이 교수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통상정책 기조에 대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관세는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원자재 수입 기업의 경쟁력 하락, 고용 감소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을 우선 고용하는 정책(Hire America) 역시 고용 시장의 효율성을 낮춰 결국 미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고용 창출 목적의 대중국 무역보복은 동남아시아 등 제3국으로 수출선이 다변화하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애초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무역갈등 심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역사적으로 관세율을 큰 폭으로 조정하는 정부는 다음 선거에서 대패하는 경향이 있다는 가설이 실증적으로 검증되기도 했다"라며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내년 미국 상원의원 선거의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트럼프 정부는 공약 이행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2조4천억 달러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고 이중 1조7천억원을 무역수지 적자 해소로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제학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라며 "정치적 선언으로 보이며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량권을 활용해 감세, 인프라 투자 등으로 최근 경제회복세를 1∼2년간 이어간다면 현재의 강경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친자유무역주의 성향의 인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의회와 조율을 해야 하고 통상마찰로 인한 상대국과의 갈등, 경직된 고용 정책에 대한 국내 기업의 반발 등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의 기조가 그 이상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 FTA재협상·환율조작국 위험 적지만…보호무역주의 대응 전략 필요
이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으로 제기될 수 있는 통상 현안으로 반덤핑·상계관세 등 무역구제조치 강화, 위생검역 및 기술적 무역장벽 조치 강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환율조작국 지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을 꼽았다.
다만 미국의 직접적 행동보다는 다른 국가를 향한 보호무역 정책에서 생기는 국제 통상여건 변화의 간접 효과가 우리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한국에 쌍무적 차원에서 무역구제조치 등을 활용한 압박을 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미 진출 기업에 투자나 고용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며, 상대적으로 상품수지 흑자 비중이 높은 자동차 분야는 "재협상 0순위"가 될 수 있는만큼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주 표적은 중국·멕시코·일본 등으로 단기적으로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혹시라도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자동차나 위생검역기준, 복잡한 기술장벽 등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미국의 협정 불이행 상황 점검 등 우리가 공세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국이 불황형 흑자를 유지하면서 대미 상품수지의 비중이 전체 상품수지 중 30% 미만이라 상대적으로 우려가 크지 않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중국과 함께 한국의 환율이 절상되게 되면 우리 경제 성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그는 분석했다.
원화와 위안화가 각각 10% 절상돼 중국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우리 경제 성장률은 0.4∼0.6%포인트 하락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당분간은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의 국제적 확산이 불가피한 만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를 인정하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상 전략 마련과 이를 위한 전문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 한파를 견뎌낼 수 있는 경제 구조와 체질 개선을 위해 서비스산업 육성과 국외투자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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