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다시 만난 모녀…美 이민 온 엄마 찾아

입력 2017-02-01 12:01
30년 만에 다시 만난 모녀…美 이민 온 엄마 찾아

KBS 아메리카 '소중한 인연 찾기' 방송 통해 상봉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한국과 미국에서 30년간 소식도 모른 채 떨어져 살았던 엄마와 딸이 다시 만났다.

정 모(32) 씨는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KBS 아메리카 4층 회의실에서 화상통화를 통해 엄마 한 모(57) 씨와 외할아버지·외할머니를 만났다.

모녀의 상봉을 이어준 다리는 KBS 아메리카의 '소중한 인연 찾기' 캠페인이다. 정 씨는 지난 15일 "젖먹이 시절 아빠와 이혼을 하고 미국에 이민 온 엄마를 찾고 싶다"는 사연을 보내왔다.



엄마의 품 안에 안겨본 기억조차 없는 정 씨의 유일한 단서는 엄마 이름과 사진 한 장, 초등학교 때 자신을 잠시 찾아와 "내가 엄마다"라고 했던 어렴풋한 기억뿐이었다.

정 씨는 사연에서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이후 친할머니 손에서 자랐다"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가 학교를 찾아와 애잔하고 슬프게 쳐다본 기억만 있다"고 밝혔다.

정 씨의 부모가 이혼한 것은 엄마 한 씨에게 약간의 장애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가 쪽에서는 엄마 얘기를 언급하는 게 금기시되는 분위기여서 그저 엄마를 막연히 그리워만 했다고 정 씨는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친할머니로부터 "네 외할아버지가 영화투자사업을 하시다가 크게 안 좋게 돼 미국에 이민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 씨는 이후 주민센터와 외교부 민원실까지 찾아가 엄마의 행방을 찾았지만 이미 엄마의 주민등록은 말소됐고, 영주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인 등록을 하지 않아 소재를 찾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마침 지난해 말 미국 LA에 거주하는 큰고모가 '소중한 인연 찾기' 캠페인 응모를 권했고, 용기를 내 사연을 접수했다.

정 씨의 사연이 방송됐고, 마침 이 방송을 정 씨의 할머니가 보고 연락을 해와 모녀 상봉이 이뤄질 수 있었다. 엄마는 외할아버지·외할머니와 LA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정 씨는 화상통화에서 말이 어눌한 엄마와 많은 얘기를 할 수 없었지만 지난해 4월 결혼한 신랑을 소개하면서 이른 시일 내 만날 것을 약속했다.

한편 KBS 아메리카의 '소중한 인연 찾기' 프로그램은 연중 캠페인으로 지난 1983년 KBS의 '이산가족 찾기 특별 생방송'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이산가족 찾기 특별 생방송'은 2015년 10월 유네스코 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jongw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